AI인프라·AIX·AI서비스 3대 영역 중심의 'SKT AI 피라미드' 전략 공개
'자강'과 '협력' 투 트랙으로 글로벌 AI 시장 정조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SK T 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
[더팩트|최문정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파괴적 혁신은 산업, 사회, 생활 전 영역에서 이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강과 협력 기반의 AI 피라미드 전략을 중심으로 AI 컴퍼니 실행력을 가속화하고 AI 관련 자원 투자도 지속 확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
SK텔레콤이 기존의 통신사업을 넘어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SK텔레콤은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자강'의 영역과 글로벌 수준의 AI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AI 사업에 접근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AI 관련 투자를 향후 5년간 3배 확대해 2028년 매출 25조 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SK텔레콤은 26일 T타워 수펙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은 △AI인프라 △AIX △AI서비스 등 3단계로 나뉜다.
피라미드 가장 하단이자, 근본을 담당하는 AI 인프라는 멀티 대규모언어모델(LLM), 데이터센터, AI반도체 등을 의미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골드러시'에서 돈을 번 회사들은 곡괭이와 청바지를 만들었던 곳"이라며 "AI 혁명 시대에도 지금도 엔비디아 등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 기업이나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돈을 벌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유 대표는 "SK텔레콤도 AI 인프라에 있어서 데이터센터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고, 사피온이라고 하는 AI 반도체를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키우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AI 연산에 최적화된 시설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액침냉각 시스템 △수소 연료전지 등의 에너지 솔루션 △사피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는 2030년까지 현재의 약 2배 수준으로 키운다.
SK텔레콤은 이러한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사 사업 전반에 AI를 도입해 비용 효율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피라미드 2층에 해당하는 AIX는 모바일, SK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 현재 회사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에 AI를 입히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현재 사람 상담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고객센터에 AI를 결합해 'AI컨택센터(CC)'를 구축할 경우, 지금보다 상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자체 비용절감을 넘어 구축한 솔루션을 금융권 등 다양한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새로운 매출 기회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네트워크 인프라를 AI 기반으로 운영 효율을 높인다면 중장기적으로 현재보다 약 20~30% 이상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IPTV를 중점으로 하는 SK브로드밴드의 경우, AI를 결합한 'AI TV'로 진화를 서두른다는 목표다. 즉, TV 시청 인원과 함께 감상하는 사람들을 AI로 파악해 상황에 맞춰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한다는 목표다.
가까운 미래 시점 상용화를 목표로 키우고 있는 도심항공교통(UAM)과 헬스케어 사업 역시 AI를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린다.
SK텔레콤은 이러한 피라미드 1층과 2층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누구나 일상 전반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AI 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날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AI 서비스 '에이닷'의 정식 출시를 밝혔다. 에이닷은 세계 최초 한국어 기반 LLM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고객의 소통 경험을 혁신하고, 일상과 AI 서비스의 연결을 확대해 '나만의 AI 개인비서' 서비스의 포석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에이닷의 핵심 기능에는 △AI 전화 △AI 수면관리 △AI 뮤직 서비스 등을 지원하며 사용자의 일상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유 대표는 "향후 몇 년 안에 AI 개인비서 시장은 정말 글로벌 최상위 기업들의 격전장이 될 것"이라며 "현재 여러 개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사용하듯, 약 3년 후에는 AI 개인비서를 2~3개씩 쓰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26일 서울시 중구 SK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은 왼쪽부터 류수정 사피온 대표, 최성균 SK브로드밴드 DC CO담당, 김지원 SK텔레콤 대화 담당, 정석근 SK텔레콤 글로벌·AITech 사업부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용훈 SK텔레콤 AI서비스사업부장, 김경덕 SK텔레콤 엔터프라이즈 CIC장, 한명진 SK텔레콤 최고전략책임자, 하민용 SK텔레콤 최고사업개발책임자. /SK텔레콤 |
SK텔레콤은 자체적으로 AI 피라미드 전략에 맞춰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협력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도이치텔레콤, e&, 싱텔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이들은 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을 공동 구축하고,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함께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들이 보유한 가입자는 45개국 12억 명에 이른다.
유 대표는 "SK텔레콤은 (자체 AI 서비스) 에이닷을 가지고 있지만, 각국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만들어서 이들 통신기업과 같이 글로벌 서비스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며 "에이닷에서는 잘된 것을 이식시키고, 또 그쪽에서 잘된 부분을 에이닷에 접목하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어도 한 개의 통신사가 SK텔레콤의 파트너가 돼 고객이 가는 곳마다 이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일종의 AI 개인비서 서비스의 로밍이 실현되는 것을 비전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자체 거대언어모델 '에이닷X'를 구축한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거대언어모델 보유 기업들과의 협력도 이어간다는 목표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미국의 AI 혁신기업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양사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의 거대언어모델 공동 구축을 통해 통신사 특화형 서비스를 발굴한다는 목표다.
세계적인 생성형AI 돌풍을 이끈 기업인 미국의 오픈AI와는 최근 공동으로 생성형 AI 해커톤을 개최해 우수 사례는 향후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추진에 공동 활용할 예정으로 있는 등 향후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코난테크놀로지에 224억 원을 투자했고,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한 코난 거대언어모델 등을 조합해 고객 맞춤형 AI 모델로 B2B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유 대표는 "한국어 토종 거대언어모델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빅테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엄청난 자본과 기술이 있어야 하는 만큼 AI 사업은 자강과 협력을 동시에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AI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매출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의 AI 전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5년 내 매출을 25조 원 규모로 끌어올리고, 그중 AI를 통한 매출이 35% 정도 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더 기업가치가 높아진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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