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업장 지원 경계해야"
정부가 민간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건설사와 부동산PF 금융지원을 강화한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더팩트DB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정부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을 확대하는 등 건설사의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한다. 올해 들어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감소한데 따른 조치다.
부동산PF는 건설 사업장별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 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은 PF대출을 통해 사업장별 공사비를 충당한 뒤, 건설을 마치고 분양수익이 발생하면 현금으로 상환하고 있다. 이에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둡거나 건설경기 수익성이 악화하면 건설사들의 PF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은 필요하지만,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 보증 제공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26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민간 주택공급 위축에 따라 건설사의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1만3000가구로 전년 동기 34만7000가구보다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은 11만4000가구로, 전년 동기 26만1000가구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이같은 주택공급 여건의 위축 원인으로는 금융비와 건설 원자재 상승이 꼽힌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조달 금리와 건설 자재 등의 원가(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갈등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민간 시행과 시공 사업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에 나서지 못한 대기물량 33만 가구를 단기 공급 확대의 주요 축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가 주택공급 제동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지원에 나섰다. 우선 건설 사업장 자금조달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PF대출 보증규모를 확대한다. 기존에는 각각 10조 원, 5조 원이던 HUG와 주택금융공사의 PF대출 보증규모를 15조 원, 20조 원으로 늘린다. 이들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여력 지원을 위한 정부 출자 보강도 병행한다.
대출 한도도 확대한다. 현재 전체 사업비의 50%까지 지원하는 HUG의 대출한도를 70%까지 상향한다.
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민간 건설사의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더팩트DB |
이와 함께 PF보증 심사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HUG는 시공사 도급순위, 신용등급, 자기자본 선투입 요건 등을 기준으로 보증을 심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완화해 보증 대상 사업장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재 시공사 도급순위 700위까지 대상이던 기준을 폐지한다. 신용등급별 점수를 상향하고 시공순위 100위 이내인 경우 자기자본 투입 요건을 토지비의 5%로 낮춘다. 현재는 순위와 상관 없이 토지비의 10%로 설정돼 있었다.
또 '민관 PF 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공사비 인상과 고금리에 따른 사업 차질을 신속히 조정하고,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확대와 증권매입 등을 통해 총 7조2000억 원 이상 규모의 부동산PF·건설사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비율도 상향한다. 현행 90%인 비율을 100%로 상향해 중도금대출을 실행하는 시중은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보증을 제공하면 은행이 대출 제공 부담을 덜 수 있다.
비아파트 주택을 건설하는 업체에 대한 보증도 강화한다.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등을 공급하는 사업자의 건설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키로 했다. 총 7500만 원의 대출한도, 최저 연 3.5%의 금리가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이 건설사의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실사업장을 고려해 업체별 상환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PF 사업장의 위험 분산과 관련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등 신규 자금 수혈 재구조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HUG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이 90%에서 100%로 확대되면 적어도 수도권 사업장 위주로는 시중은행 중도금대출 실행에 장애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함 랩장은 "부동산 공급시장의 고유속성인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연내 즉각적 수요자 주택공급 체감는 제한적"이라며 "건설사가 원가절감 등을 통해 스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본적 사업 재구조화에 대한 검토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보증기관에서 사고 시 100% 보증을 제공한다고 하면 금융기관이 대출 심사에 소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실사업장까지 무차별로 지원하는 것은 경계할 "며 "향후 상환 가능성을 따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역시 "선분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주택시장의 경우 최초 공사비를 조기 확정한 후 책임 준공을 약속하는 것에 대한 시공사 리스크가 높지만, 이 리스크의 대부분을 건설사가 부담하면서 위험 회피 성향도 크게 강화됐다"면서도 "다만 PF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금융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wisd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