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신상필벌 원칙'에 지난해 새롭게 수장 올라
올해 1·2분기 실적 내리막…"하반기 성과 보여줘야"
손정현 SCK컴퍼니(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가운데 올해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손정현 대표이사. /더팩트 DB·스타벅스커피코리아 |
[더팩트|이중삼 기자] 신세계그룹이 '역대급'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이마트(강희석)·백화점(손영식) 대표를 한꺼번에 해임했고 계열사 대표들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대거 교체됐다. 지난 20일 신세계그룹은 인사 단행 이유에 대해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 등에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계열사 대표 40%를 교체한 가운데 칼바람을 피해간 대표가 있다. 바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손정현 대표다. 손 대표도 올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취임한 지 1년도 안됐기 때문에 자리를 지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신상필벌 원칙'(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 따라 송호섭 전 SCK컴퍼니 대표를 경질하고 신세계아이앤씨(I&C) 출신의 손정현 대표를 사령탑에 앉혔다. 그동안 발암물질 검출, 빨대 휘발유 냄새 등으로 곤욕을 치른 송 전 대표를 벌(罰)하고 무너진 고객 신뢰와 실적 회복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새 대표를 불러들인 것이다. 그러나 취임 1년이 다 돼가는 동안 실적은 내리막길만 걷고 있어 신세계그룹 총수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인사 단행에서는 교체되지 않았는데 성과를 보여줘서가 아닌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기회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서머 캐리백 사태'로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고객 증정품으로 제공한 서머 캐리백에서 1급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는데 늑장 대응한 정황까지 드러나며 소비자들의 공분(公憤)을 샀다. 포름알데히드는 WHO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이에 신세계그룹이 직접 SCK컴퍼니에 대한 내부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문제로 송 전 대표는 남은 임기 2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대표에게 고객 신뢰 회복과 실적 반등이라는 특명을 내렸다. 손 대표는 취임 이후 △품질 검증 △파트너와의 소통 강화 △초심 마케팅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매장·상품 출시 등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미지 개선과 실적 회복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증정품에 대한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있고 실적도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 사태 이후 같은 해 12월 '품질안전센터'를 출범시켰다. /더팩트 DB |
◆ 품질안전센터 출범, 초심 마케팅 나섰지만…고객 '불신' 여전
손정현 대표는 지난해 12월 '품질안전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존 파트 단위의 조직을 팀 단위의 조직 구성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인원도 기존 식품위생 분야 품질 관리 업무에서 비식품분야 관리까지 확대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연기하거나 출시를 취소하기도 한다"며 "지난해 말 데스크모듈 일부 전원접촉단자가 헐거움이 발견돼 배포 일정을 연기하면서 전체 물량을 재검수했다"고 말했다.
품질안전센터를 출범시킨 이유는 단연 서머 캐리백 사태가 결정적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무엇보다 바뀐 점은 선제적인 대응이다. 품질안전센터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며 "내부 유통 상품에 대한 품질 검수는 물론 외부의 위험요소까지 분석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선 중단 후 재검증을 통해 안전을 확인한 뒤 재출시 등에 나선다. 특히 올해 여름 서머 e-프리퀀시 역시 품질 안전 강화에 주력했다. 모든 품목에 대해 3회 이상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초심 마케팅'도 적극 펼치고 있다. 취임 직후 1호점인 이대R점으로 첫 출근해 임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는데 첫 행보로 아메리카노를 특정시간대에 1999년 아메리카노 숏 사이즈 가격인 2500원에 판매한 'Back to 99' 행사를 열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이벤트 시간대 아메리카노 판매량은 평년 대비 3배까지 증가했다"며 "고객도 오랜 시간 기다림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족했다. 앞으로도 고객 혜택을 강화하면서도 안전하고 불편 없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손 대표는 격주로 매월 2회 이상은 전국 지역의 파트너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현장 출근하고 있다. 실제 약 10개월 간 △제주 △부산 △여수 △순천 △강원 △수도권 등 현재까지 약 150여 곳의 전국 매장을 찾았다. 특히 소통 강화를 위해 파트너들의 대표기구인 행복협의회의 대의원 수도 2021년 60명에서 올해 153명으로 2배 이상 확대했다.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더북한산점 △경동1960점 △더여수돌산DT 등의 지역 특화 매장을 열었는데 더북한산점의 경우 평일 1500명, 주말 20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지역의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손 대표는 취임 후 파트너와의 소통과 철저한 품질 검증, 고객의 니즈에 맞는 매장 오픈 등을 통해 현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노력에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걱정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서 만난 복수의 소비자들은 "발암물질 이슈가 터지고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여전히 100%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또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참신한 마케팅으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근처에 매장이 많아서 찾는다"고 첨언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 새 CEO에 손정현 대표를 앉혔다. 오른쪽은 정용진 부회장. /더팩트 DB |
◆ 서머 캐리백 사태 후 실적 회복 못해
실적 회복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막중한 책임을 안고 실적 회복에 나섰지만 받아든 성적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SCK컴퍼니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677억 원, 영업이익은 19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1년 동분기(575억 원) 대비 381억 원 줄었는데 서머 캐리백 리콜 이슈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에도 반전은 없었다. 매출은 68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21억 원)보다 808억 원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5억 원으로 지난해 동분기(290억 원) 대비 85억 원 줄었다. 올해 2분기도 수익성 개선에 실패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은 6659억 원에서 올해 7070억 원으로 411억 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475억 원에서 올해 364억 원으로 111억 원 감소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환율 상승과 원가부담이 더해져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2분기 물가 상승과 높은 환율 영향 등으로 지난해 대비 이익률이 감소했지만 경쟁력 높은 음료 푸드 런칭과 트렌타·투고백 등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해 협업을 강화했다"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매장을 늘려 하반기에는 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실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의하면 매장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일례로 올해 1분기 1813곳에서 2분기 1841곳으로 28곳 늘었다.
전문가들은 손 대표가 식음료 분야가 아닌 IT 전문가인 점을 지적하며 말로만 초심을 강조하지 말고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뒤 지나친 매장 확대 전략으로 희소성에 따른 과시효과가 둔화됐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일등주의 전략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나친 출점 전략은 레드오션으로 변한 커피 시장에서 '제 살 깎아 먹기'의 비극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손 대표는 IT 전문가인데 커피 전문점의 특성과 커피 맛의 질적 통제 그리고 고객의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문화적 취향을 파악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미 시장은 글로벌 스타벅스가 아닌 신세계 스타벅스라는 이미지가 고착화하기 시작했는데 손 대표는 이런 상황에 말로만 초심이 아닌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해야 한다. 하반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다음 인사에서는 교체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현재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입지가 굳건하지만 또다시 품질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땐 신세계그룹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안전센터를 구축했는데도 추후 문제가 생긴다면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며 "손 대표는 무엇보다 품질 안전에 방점을 두고 경영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손 대표는 IT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통하지만 식음료 분야에서의 경험은 없다. 1968년생의 손 대표는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7년 SK텔레콤 입사 후 SK홀딩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신세계아이앤씨 지원담당 상무로 영입되며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20년부터 신세계아이앤씨 대표를 맡았으며 지난해 SCK컴퍼니 대표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