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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덕 한섬 대표, MZ 성지 성수동 '터줏대감' 노린다
입력: 2023.09.21 00:00 / 수정: 2023.09.21 00:00

한섬, 편집숍·팝업스토어 개점…모두 성수동
올 2분기 실적 부진 타개책, 포트폴리오 다양화


한섬이 서울 성수동에 편집숍과 팝업스토어를 연달아 론칭하면서 성수 쇼핑 터줏대감을 노리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김민덕 한섬 대표. /우지수 기자·한섬
한섬이 서울 성수동에 편집숍과 팝업스토어를 연달아 론칭하면서 성수 쇼핑 터줏대감을 노리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김민덕 한섬 대표. /우지수 기자·한섬

[더팩트|우지수 기자] 김민덕 한섬 대표가 꺼내든 실적 개선 카드는 '성수동 공략'이다. 한섬은 최근 MZ세대 쇼핑성지 성수동에 신규 매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섬은 그간 주요 고객으로 겨냥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대에게 '힙'한 브랜드로 다가가고 있다.

21일 <더팩트> 취재 종합하면 현대백화점 한섬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주무대로 고객층을 넓히기에 집중한다. 한섬은 김 대표의 지휘 아래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하고 있다. 성수동에서 가장 큰 편집숍을 열었고 신규 브랜드 팝업스토어도 성수동에서 선보인다. 다음해 상반기 한섬이 들여오는 해외 유명 편집숍 역시 성수동을 점찍었다. 2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한섬이 고객층 다양화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성수동은 3년 전부터 젊은 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2010년대 이전까지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에 예쁜 카페, 예술가들의 전시공간, 청년 스타트업 기업의 사무실이 들어오면서 젊은 상권이 형성됐고 금세 MZ세대의 놀이터가 됐다. 한섬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늘리고 고객층도 유연하게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첫 행보는 성수동 공략이다.

한섬은 지난 1일 당사가 운영하는 편집숍 대형 매장 '이큐엘 그로브(EQL GROVE)'를 성수동에 개점했다. 이큐엘 그로브는 1653㎡(2층, 약 500평) 규모로 성수동에 있는 패션 편집숍 중 최대 크기다. 한섬은 매장에 의류 판매뿐 아니라 카페 공간까지 마련해 다양한 고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큐엘 그로브엔 하루 평균 약 1000명이 방문하면서 긍정적인 고객 반응을 이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이큐엘의 첫 대형매장이라는 소식에 주로 이용하던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큐엘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과 연계 효과를 내면서 개장 이후 쇼핑몰 가입자가 30%나 늘었다"며 "편집숍에 먼저 입점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브랜드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성수동은 서울시 '팝업스토어 성지'기도 하다. 패션·음식 등 새로운 브랜드, 제품이 매주 홍보 매장을 연다. 항상 색다른 체험을 원하는 MZ세대가 성수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한섬은 브랜드 역사 최초로 전용 라이선스 브랜드도 론칭했다. 런던 지하철의 상표를 따 와 만든 패션 브랜드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20일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젊은 고객을 유치한다. 이어 다음해 상반기 한섬이 들여올 해외 유명 브랜드 '키스(KITH)'의 첫 매장도 성수동으로 계획됐다.

한섬의 이 같은 행보는 자사 패션 브랜드의 이용 연령층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한섬의 주력 브랜드인 '타임', '시스템'이 3040 세대를 노린 만큼 비슷한 세대가 소비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섬 관계자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성수동에 올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최근 론칭한 브랜드와 키스가 20대를 주 소비층으로 잡았기 때문에 MZ유동인구가 많은 성수동에 매장을 연 것"이라며 "이런 행보는 앞으로 다른 동네로도 확대될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한섬은 20일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 열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MZ세대를 겨냥해 론칭한 한섬의 라이선스 브랜드다. /우지수 기자
한섬은 20일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 열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MZ세대를 겨냥해 론칭한 한섬의 라이선스 브랜드다. /우지수 기자

올해 3월까지였던 임기를 연장한 김민덕 한섬 대표는 올 2분기 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8% 줄어든 58억 원이다.

김 대표는 2019년 11월 한섬 대표로 부임했다. 이 한섬의 매출은 2019년 1조2598억 원에서 지난해 1조5422억 원으로 22.4%, 영업이익은 1021억 원에서 1683억 원으로 39.3%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10.9%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5~8%대 영업이익률을 보인 삼성물산 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등 경쟁사보다 높은 수치다.

김 대표는 한섬 브랜드 이미지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한섬에서 취급하지 않던 향수 브랜드를 론칭했고 한섬이 운영하는 편집숍에는 의류 외에도 필기구 등 잡화와 카페 공간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젊은 고객을 확보하면서 실적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11월 부임해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던 김 대표에겐 뼈아픈 실적이었을 것"이라며 "브랜드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섬이 2·3분기 실적 부진을 딛고 4분기엔 다시 회복세로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흥국증권은 지난 12일 한섬의 3분기 매출액이 341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줄고 영업이익은 311억 원으로 4.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 이어 3분기까지는 부진한 실적 흐름을 벗어나긴 힘들겠지만, 4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걸로 예상된다"며 "수입 및 라이선스 브랜드의 적극적인 라인업 확장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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