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영업점, 5년 만에 200곳 넘게 줄어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사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에 위치한 국내 증권사 지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든 788곳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모처에 위치한 투자증권 지점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 /이한림 기자 |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영업 효율화와 전문화를 위해 오프라인 지점 수를 줄여 한 곳에 통폐합하는 움직임을 앞다퉈 보인다. 그간 지점 축소 등에 회의적인 증권사도 지점의 거점화를 반기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자연스럽게 거점 축소와 인력 감축 등에 따른 구조조정이 예고된다는 이야기도 일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 수는 788곳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798개)보다 10곳이 줄었으며, 전년 동기(835개)와 비교해서는 5.6%(47곳) 감소한 결과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1000곳이 넘는 증권사 지점이 지역 곳곳에서 운영돼 왔으나 5년여 만에 200곳이 넘게 줄어든 셈이다.
올해 말 서울 신촌WM센터, 사당WM센터, 광화문센터, 여의도영업부 등 대형 영업점을 하나로 합쳐 여의도에 통합 대형 점포를 반드는 방안을 추진하는 대신증권이 대표적이다. 대신증권은 지점 통폐합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다양하고 내실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 강북 등 5개 지점을 강북금융센터 하나로 통합한 삼성증권을 비롯해 연간 3~5곳의 지점을 줄이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도 지점 통폐합 움직임에 동참해 온 대형 증권사다. 일부 지점을 줄였으나 타 증권사에 비해 비교적 지점 줄이기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했던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올해부터 지점의 확장보단 통합을 통한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지점 축소 분위기가 MTS(Mobile Trading System) 시장이 활성화되면서부터 꾸준했던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점에서는 MTS 작동이 서툰 고객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거나 증권 전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공개매수 등 대면으로 해야 하는 업무 등을 주로 다뤘으나 자리를 차지하는 비용이나 인건비 등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내 돈을 맡기나'는 인식으로 대면 비중이 높던 자산관리(WM) 시장도 코로나19 팬데믹과 기술의 발전 등을 거치면서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주식 거래나 자산관리 이외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들도 비대면 상담이나 거래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앞으로도 지점 축소와 통폐합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점 통폐합은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팩트 DB |
이렇다 보니 지역별 증권사 영업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나 일부 증권사 임직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5월 회사가 점포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측과 대립한 NH투자증권 노조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창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NH투자증권 지부장은 노조와 함께 천막 농성을 벌이면서 "사측이 현재 20여 개 점포를 없애려고 한다. 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점포 수가 줄어들면)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NH투자증권 측은 단순한 영업점 폐쇄가 아닌 거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 점포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점을 하나로 묶어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 자문이나 인적 서비스 측면에서 전문성이 확대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광주 상무WM, 수완WM, 광주WM센터를 통합해 광주금융센터로 오픈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연말 증권가를 떨게 했던 구조조정이 올해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금융당국도 미국발 인플레이션에 따른 증시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차액결제거래(CFD) 충당금 손실 등을 최근 유동성 문제를 겪는 증권사 자체적인 구조조정 등 자구적인 노력을 주문한 상태라 명분도 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지점 통폐합 추세는 금융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볼 수 있다. 인력을 덜 뽑고 더 내보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신입 공채를 통한 정규직 채용을 매년 실시하고 있고 일방적인 구조조정도 없다"며 "디지털 서비스를 통한 비대면 업무가 늘었기 때문에 IT 관련 인력 수요가 늘어 인재 채용 비중이 바뀔 순 있으나 지점에서 해야 하는 일도 분명히 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오프라인 지점을 통합해 거점으로 만들면서도,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