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기업 정체성에 변화를 줬던 SK에코플랜트가 환경과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사옥. /최지혜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건설사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전환 후 3년차를 맞은 SK에코플랜트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 반등세에 힘입어 하반기 들어서는 재활용과 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아직은 기존 건설업이 매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실적 성장세는 환경과 에너지부문이 이끌고 있다.

14일 SK에코플랜트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올해 상반기 환경과 에너지사업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32%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이 기간 회사 전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26.7%, 79% 올랐다. 지난 3년간 다양한 분야의 환경과 에너지사업에 진출한 결과로 풀이된다.

회사는 지난 2021년 기존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기업 정체성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체질 전환 직후 과도기에는 부침을 겪었다. 1년차를 맞았던 2021년까지만 해도 환경·에너지 사업 매출규모는 8649억 원,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당시 영업이익 역시 1474억 원으로 전년(2618억 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사업 부문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하면서 반등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환경과 에너지부문 매출 성장세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37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솔루션(건설)사업 매출은 4% 상승에 그쳤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국내외 다양한 폐기물 재활용 사업에 공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선 회사는 국내 첫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경주에 구축한다. 이달 8일 경상북도·경주시와 '경주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 추진을 위한 3자간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에코플랜트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불량품)과 수거된 이차전지를 파·분쇄하고 이차전지 핵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추출하는 처리시설을 구축한다.

공장은 SK에코플랜트가 국내에 구축하는 첫번째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이다. 이차전지 리사이클링은 전·후처리 시설로 구성된다. 전처리 공정을 통해 폐배터리를 포함한 양극재·음극재를 안전하게 파·분쇄하고 배터리 원료 추출 전단계인 '블랙매스'를 추출한다. 오는 2026년 처리시설이 갖춰지면 연간 1만 톤(t)의 블랙매스를 처리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기준 배터리 주요 광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는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국내 공장 건설로 높은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회수한 희소금속을 배터리 원소재로 공급, 활용하는 등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해외에서 수거된 폐배터리를 자원화할 수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테스(TES-AMM)와 북미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어센드엘리먼츠(Ascend Elements)를 통해 23개국 50개 거점을 보유하는 등 글로벌 폐배터리 수거망을 완비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전기차 확산 본격화와 한정적인 자원 속에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글로벌 폐배터리 수거망 확보와 이번 경주 리사이클링 사업 추진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12일 경기도 성남시 코이카 본부에서 개최된 폐어망 재활용 사업을 위한 MOU 체결식에서 이대혁 SK에코플랜트 글로벌에코BU 대표(왼쪽), 정택수 넷스파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폐어망을 활용해 자원으로 사용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협약을 통해 베트남 내 어선 어업이 가장 활발한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망을 수거하는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폐어망은 해양폐기물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수거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재활용 기술 개발도 늦어 매년 전 세계 120만t, 국내 4만4000t가량이 바다에 방치되고 있다. 수거된 폐어망은 재생 나일론으로 재탄생한다. SK에코플랜트는 연 8000t의 폐어망을 재활용해 5만t의 탄소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은 내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5년간 추진하게 된다.

사업을 위해 SK에코플랜트는 폐어망 재활용 전문 스타트업인 넷스파와 협력키로 했다. 양사는 연내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 내 폐어망 재활용 설비 설치를 완료하고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연간 8천톤 규모의 재생 나일론 생산에 본격 돌입한다. 재생 나일론은 의류용 장섬유, 자동차 및 전자기기 부품 등으로 재생산된다.

재활용 분야의 선도부문인 플라스틱 시장에도 진출했다. SK에코플랜트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유럽 지역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에 나선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플라스틱 수출 마케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재생 페트칩(r-PET Chip) 등 고품질∙고부가가치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의 유럽 지역 판로 개척에 협력한다. 재생 페트칩은 폐플라스틱 조각을 고온에 녹인 뒤 뽑아낸 균일한 크기의 작은 알갱이로, 재생페트(r-PET)와 섬유 등을 만들 수 있는 고품질∙고부가가치의 재활용 원료다.

SK에코플랜트가 유럽을 플라스틱 재활용 진출지로 삼은 것은 시장 전망이 밝은 지역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1t당 800유로를 플라스틱세로 부과하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는 모든 페트병의 25%에 대해 재활용 소재 사용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인 DY폴리머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재생 페트칩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독점 공급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유럽 지역 고객사에 공급하는 재생 페트칩은 DY폴리머로부터 독점 공급받기로 했다. DY폴리머는 재생 페트칩을 생산해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유럽식품안전청(EFSA) 인증을 받았다.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에 구축되는 대규모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 '뉴지오호닉(Nujio’qonik)' 1단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사진은 해당 프로젝트 조감도. /SK에코플랜트

에너지사업 부문도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에너지사업 매출은 작년 상반기 1475억 원에서 올해 6916억 원으로 4배 이상 올랐다. 국내 해상풍력사업과 해외 수소사업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해외 에너지사업이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회사는 올해 5월 캐나다에 구축되고 있는 대규모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 '뉴지오호닉(Nujio’qonik)' 1단계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투자협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뉴지오호닉 프로젝트는 캐나다 최동단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지역에서 총 3단계에 걸쳐 추진되는 사업이다. 1단계 사업은 총 45억 달러(약 6조 원) 규모다.

해상풍력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회사는 지난 2021년 해상풍력 전문 자회사 SK오션플랜트를 편입했다. SK오션플랜트는 하반기 미국 현지의 해상풍력 박람회에 방문해 14MW급 해상풍력 고정식 하부구조물과 해상풍력 부유체 제조 역량을 소개했다. 두께가 최대 150㎜에 이르는 철판을 동그랗게 구부려 만드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재킷) 제조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황병삼 SK오션플랜트 영업본부장은 "미국의 해상풍력 개발사는 물론, 해상풍력 공급망 내에 있는 기업 관계자들의 문의와 관심이 상당하다"며 "현재 복수의 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 진출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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