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미린다·트로피카나 음료 단종 확정
펩시 제로·탐스 제로·새로 등 소비자 수요 제로음료 초점 강화
롯데칠성음료가 제로탄산음료 등 무설탕 음료에 힘을 쏟고 있다.왼쪽 작은 사진은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더팩트DB·롯데칠성음료 |
[더팩트|우지수 기자] 1972년부터 50년 넘게 판매되던 롯데칠성음료의 과일향 탄산음료 '미린다'를 더이상 마실 수 없게 됐다. 13년 간 만든 '트로피카나 스파클링'도 단종됐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자사 제품 '탐스 제로' 등 무설탕 저칼로리 제품군인 '제로음료'에 힘을 싣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3일 <더팩트> 취재 결과, 박 대표가 최근 음료 트렌드에 따라 롯데칠성음료 제로음료 브랜드를 강화할 모앙새다. 롯데칠성음료는 51년간 판매해온 장수 브랜드 미린다 생산을 중단하면서 지난해 재출시한 탄산 제품 탐스 제로 등 무설탕 음료에 집중한다. 펩시 제로, 밀키스 제로에 이어 무설탕 소주 새로까지 흥행시키며 기업 실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가 내비친다.
미린다는 1972년 롯데칠성음료의 전신 한미식품이 펩시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로 들어왔다. 51년간 시장을 지켜온 미린다는 지난해 5월 캔과 페트병 제품 생산이 중단됐고 1년간 생산하던 업소용 시럽과 유리병 제품도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2009년 출시돼 모모랜드 주이 등 광고로 화제를 모은 트로피카나 스파클링도 생산이 중단됐다. 이번 단종이 두 음료와 향이 유사한 롯데칠성음료의 과일향 탄산음료 탐스 제로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탐스는 1978년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과일향 탄산음료다. 10년 넘게 판매됐지만 당시 환타, 미린다 등 비슷한 음료에 밀려 단종됐다. 그러다 지난해 국내 무설탕 음료 유행에 발맞춰 탐스 제로라는 상표로 재출시돼 월평균 600만 캔씩 팔리며 소비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 1월 펩시 제로슈거를 출시하면서 제로 음료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냈다. 이후 칠성사이다 제로, 2022년 탐스 제로, 핫식스 더킹 제로, 실론티 레몬 제로를 차례로 선보였다. 올해는 밀키스 제로를 선보여 소비자의 호평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제로탄산음료 시장 점유율 약 50%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실향을 가미한 '칠성사이다제로 그린플럼' 등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군을 꾸준히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제로 전략은 탄산음료뿐 아니라 주류에서도 먹혔다.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음료는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 '새로'를 출시했다. 새로는 롯데칠성음료가 2006년 처음처럼을 공개한 이래 16년만에 선보인 신제품 소주다. 새로는 1년 동안 1000억 원 판매액을 돌파하면서 올 상반기 당사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 흥행을 발판으로 지난해 2분기 15.9%였던 소주 시장 점유율을 올해 2분기엔 21%까지 끌어올렸다.
새로 흥행을 기념하며 롯데칠생음료는 오는 25일까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새로 출시 1주년을 기념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이번 행사는 '새로02-57 동굴'이란 이름으로 새로 칵테일 제공, 포토존 설치, 굿즈 판매 등 방문객의 호응을 끌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새로는 미국, 중국 등 20여 나라에 수출 중이다. 현지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새로를 알리기 위해 힘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가 1972년부터 50년 이상 사랑받아온 탄산음료 미린다의 최종 단종을 결정했다. /롯데칠성음료 |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50대로 롯데의 '젊은 피' 경영진으로 통한다.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롯데칠성음료가 소비자의 제로음료 수요를 읽고 출시한 펩시 제로슈거는 지난해 9월까지 4억5000만 캔이 팔렸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상반기 제로음료 판매액은 14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 늘었다. 또 2021년 상반기 맥주 위탁생산을 시작해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어 맥주 공장 가동률을 기존의 2배 이상 높이기도 했다.
박 대표가 2020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롯데칠성음료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2021년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액이 11%, 영업이익이 87.4%만큼 늘었고 2022년엔 각각 13.4%, 22.3% 상승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엔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매출액은 6.3% 늘어난 1조4759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18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 감소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올 하반기 맥주 신제품을 예고하고 2025년 제주 증류소 건축도 목표로 잡는 등 타개책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사가 긴 음료도 과감히 정리하는 등 박 대표의 소비자 수요 집중 행보가 실적 향상에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대표의 트렌드 읽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디카페인 원두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무설탕·무카페인 콜라도 4분기에 내놓기로 했다. 또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가 유행하면서 관심 받는 증류주 시장에 올 하반기 진입을 발표했고 오는 11월 신규 맥주 출시도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사가 긴 음료도 정리하는 등 박 대표의 제로음료 집중 행보가 실적 향상에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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