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국내는 13.2% 감소
리튬 공급 과잉…양극재 생산업체 부진 걱정
전기차 시장이 부진하고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실적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포스코케미칼 광양 양극재 공장.(기사 내용과 무관)/포스코케미칼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양극재와 같은 이차전지 소재기업들의 실적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이차전지 배터리 주원료인 리튬이 공급 과잉으로 양극재 가격이 하락하고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자동차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 감소와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로 전기차 판매량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조사에서는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지만, 지난해 증가율(75.6%)과 비교해 성장세가 둔화됐다.
특히 전기차 선두 주자인 테슬라는 국내에서 지난 1~7월 384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6750대) 대비 43% 감소, 2년 전(1만1649대)보다는 67%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8월 국내 판매 실적도 코나를 제외한 모든 EV모델의 판매량이 줄었다. 제네시스 GV60과 GV70 EV의 8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각각 44.1%, 54.4% 감소한 127대와 94대에 머물렀다. 또 아이오닉5는 1061대 판매에 그치며 21.4% 감소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5.5%로, 지난 6월(35%), 5월(55.%)와 비교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32%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77% 줄었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가격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하락하는 모습이다. 런던금속거래소 집계를 보면 수산화리튬 가격은 이달 5일 톤당 3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34.8% 하락했다. 니켈 가격 역시 지난해 톤당 2만5000달러 수준이지만 올해 8월 톤당 2만 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렇다보니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가격은 현재의 광물가격과 판매가가 연동하는 방식으로 책정되는데, 과거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리튬으로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실제 LG화학의 2분기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1846억 원을 기록했고, 포스코퓨처엠은 5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6% 줄었다.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익 114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11.5% 늘었지만 증권가 예상치(1289억 원)보다 낮은 성적을 거두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때 양극재 기업들이 비싼 가격으로 리튬을 매입했는데, 양극재를 판매할 땐 올해 떨어진 리튬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면서 마진율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메탈 가격 변동분이 일반적으로 2~3개월 시차를 두고 판가에 반영됨에 따라 2022년 비싼 가격에 원자재를 매입해 둔 양극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3분기에도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 메탈 가격 하락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부터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수익성도 회복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 관계자는 "리튬 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매입을 하게 되면 당초 목표했던 매출 규모보다 낮아질 수는 있지만, 올해 4분기 이후부터는 오히려 저렴한 원료를 수입하면서 수익성은 더 올라갈 수 있다"면서 "소재 기업 입장에서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튬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하반기 실적은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양극재 기업들이 투자를 증설하면서 물량을 늘리는 것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