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에 돌아가는 투자 제안 기회 줄어들 것" 전망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서울 중구 오피스빌딩 '을지파이낸스센터(EFC)'와 '매뉴라이프 US 리츠'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잇달아 부동산 매물과 리츠(REITs) 인수 의사를 접는 분위기다. 고금리 기조 속 리츠 투자에 대한 조심스러운 행보는 당연한 일이지만, 연거푸 계약이 결렬되는 상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소극적인 투자를 두드러지게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잇단 계약 중도하차가 미래에셋자산운용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 EFC 체결 앞둔 줄 알았지만…우선협상 기간 종료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아이비네트웍스는 최근 서울 중구 오피스빌딩 '을지파이낸스센터(EFC)'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해지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3월 을지파이낸스센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4월 MOU를 맺었다. 매매금액은 8150억 원(3.3㎡당 4150만 원) 수준이었고, 당초 본계약은 지난 6월 말까지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층수 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등을 이유로 MOU 기간은 7월 말까지로 한차례 미뤄졌고, 끝내 협약은 결렬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EFC는 서울 중구 수표동 56-1번지 일대,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에 위치한다. 아이비네트웍스는 해당 건물을 연면적 6만4989.63㎡, 지하 7층~지상 24층의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업무중심지역 내 오피스 신규공급이 제한적이지만, EFC는 서울 주요 업무권역인 도심업무권역(CBD) 내 위치하고 있어 전략적투자자(SI)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MOU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 합의한 내용이 들어간 문서인 만큼, MOU 해지에 따라 아이비네트웍스는 새로운 매수자를 물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측도 EFC 인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업데이트된 것은 없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MOU 기간이 끝났으니 모든 매수 희망자가 좋은 조건을 제시해 볼 수 있는 상황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 '매뉴라이프 US 리츠' 인수도 미지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매뉴라이프 US 리츠' 인수도 종결짓지 않을 모양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싱가포르거래소(SGX) 상장 리츠인 매뉴라이프 US 리츠 지분과 이를 운용하는 운용사 '매뉴라이프 US 리얼에스테이트 매니지먼트(MUSREM)'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양사는 오는 4월 미국 현지 실사 등을 진행해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독점적 협상 기간은 올해 5월 만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뉴라이프 US 리츠는 캐나다 금융그룹 매뉴라이프파이낸셜 계열의 리츠 운용사다. 지난 2016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에 상장됐다.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최초의 미국 오피스 빌딩 투자 리츠이자, 아시아 최초 미국 내 자산 100%로 상장된 오피스 리츠다. 해당 리츠는 올해 3월 말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조지아·뉴저지·워싱턴DC 등 지역에 11개 사무실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부동산의 평가액은 18억1050만 달러(약 2조3880억 원)로 파악된다.
매뉴라이프 US 리츠 측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논의를 지속하는 동시에 다른 파트너의 제안도 고려하고 있다. 대차대조표를 강화하고 차입을 줄이기 위한 다른 잠재적 옵션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자산운용 측은 "(매뉴라이프 US 리츠는) EFC와 비슷한 상황이다. 안 좋은 자산을 정리하는 등의 요구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협상 기간은 끝났다"며 "매뉴라이프 US 리츠 또한 모든 매수 희망자에게 오픈된 것"이라고 말했다.
◆ IFC 보증금 2000억 원 언제쯤?…보증금 반환 '아직'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몇 년 새 인수건에서 중도하차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도자인 브룩필드자산운용과도 매입 협상을 종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5월 브룩필드자산운용과 IFC 매입을 위한 MOU를 체결, 양해각서 이행을 위한 보증금 2000억 원을 납입했다. IFC는 4조 원이 넘는 규모로 시장의 관심도 상당했다. 하지만 IFC 매입을 위해 설립한 리츠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인가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영업인가 승인을 받지 못한 후 리츠 대신 다양한 대안 거래구조를 제안하고 국내외 투자자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룩필드자산운용 측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제시하는 거래구조를 거부하고 한국 과세당국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역외거래를 주장하며서 논쟁이 비화했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2000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반환받고자 지난해 9월 싱가포르 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약 1년 이상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던 싱가포르에서의 공방은 여전히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여전히 싱가포르에서 중재 중으로, 아직 끝난 사안이 아니다. 2000억 원을 돌려받느냐 이슈가 남은 상황"이라며 "(브룩필드자산운용과도) 사이좋게 잘 헤어지긴 했다. 회사에서는 내년 중반 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재 결과가 매도인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의 귀책으로 결론 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추가적인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 안방보험 법정공방에선 미래에셋 '승'…"잦은 발 빼기는 아쉬워"
이에 앞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과의 미국 호텔 인수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지난 2019년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방보험과 미국 주요 도시 15개 호텔을 총 58억 달러에 인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계약금 5억8000만 달러(약 7000억 원)를 납부했다. 본래대로라면 해당 거래는 2020년 4월 마무리돼야 했다.
그러나 안방보험이 비정상적인 영업 및 소유권 분쟁사항을 숨기고 거래하는 등 거래종결 선결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방보험에 소명자료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안방보험이 15일 내에 계약위반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자 같은 해 5월 안방보험에 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안방보험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안방보험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소송에서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1심과 최종 판결에서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의 손을 들었다. 해당 사례는 안방보험의 귀책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에서는 딜을 완전히 종료시키지 못 한 또 하나의 사례를 남기게 된 셈이다. 안방보험과의 공방과 관련,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안방보험과의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모든 비용을 다 돌려받았다. 소송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변호사비 등 재판에 소요된 제반비용은 모두 수령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IFC에서 발을 빼고 눈여겨 본 곳이 EFC라 시장의 관심도가 더욱 높았다. 하지만 EFC 건에서도 인수 의사를 접는 등 잇달아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만일 SIAC가 브룩필드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준다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돌아가는 투자 제안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