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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이봉관 장녀 이은희 부부, "못된 심보" 비난 받는 이유
입력: 2023.09.06 00:00 / 수정: 2023.09.06 00:00

박성근 실장 '배우자 주식 백지신탁' 요구 불복

이봉관(사진) 서희그룹 회장의 장녀 이은희 사내이사가 정부로부터 회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사내이사의 남편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더팩트 DB
이봉관(사진) 서희그룹 회장의 장녀 이은희 사내이사가 정부로부터 회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사내이사의 남편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서희건설 창업주 이봉관 회장의 장녀 이은희 사내이사가 남편의 관직 임명에 따른 회사 지분 매각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관직을 맡은 남편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정부로부터 '배우자 주식 백지신탁' 요구를 받고 있어서다. 이봉관 회장이 슬하의 세 딸 가운데 가장 능력이 뛰어난 편에 회장직을 물려줄 것이라고 공언해 온 만큼 장녀가 회사 지분을 처분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박 실장은 아내의 재산을 처분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반발해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야당은 총리 비서실을 대표하는 차관급 정무직공무원이 백지신탁에 불복하는 것은 못된 심보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5일 국무총리실에 의하면 이은희 사내이사의 남편인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백지신탁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같은 내용의 행정심판이 기각당하자 이번에는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현재로서는 박 실장이 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이 사내이사의 주식이 백지신탁되지는 않았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재임 기간동안 민간 기업의 지분 등을 처분하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는 본인뿐 아니라 직계존속 등 가족이 보유한 3000만 원 초과 주식을 한달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이은희 사내이사의 재산에 대한 정부의 백지신탁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 소속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박성근 실장 본인과 배우자, 자녀들이 보유한 국내주식을 모두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박 실장은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에 배우자 주식의 백지신탁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박 실장이 비서실장 자리에서 얻는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꾀할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다. 박 실장은 지난달 행정심판을 재차 제기하며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에 합류한 인사다. 재산신고 당시 229억2772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당시 내각 현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박 실장은 총리비서실 직제상 자신은 오로지 비서 업무를 맡고 있으며, 추상적 위험만으로 기업 대주주인 배우자의 회사 주식을 처분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박 실장은 "위원회 결정과 싸우는 게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객관적으로 못 받아들이는 부분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과 이 사내이사 내외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박 실장이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가진 것을 조금도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못된 심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로지 비서 업무를 맡고 있다'는 박 실장의 주장에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총리 비서실을 대표하는 차관급 정무직공무원 자리다. 일개 비서에게 재산공개와 주식 백지신탁을 왜 요구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은희 사내이사는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삼성전자(1057주), 네이버(100주) 등은 매각했지만 회사 주식에 대해서는 불복하고 있다. 서희건설 지분은 다른 주식과 달리 향후 경영승계의 열쇠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희건설은 건설업계 최초 여성 오너 경영인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사다. 1945년생으로 올해 79세가 된 이 회장의 세 딸들이 모두 서희건설 경영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해 6월 임명 당시 기준 내각 현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인사다. /남윤호 기자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해 6월 임명 당시 기준 내각 현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인사다. /남윤호 기자

◆ 이봉관 회장 세 딸 보유 지분 비슷, 후계 구도 불투명

이봉관 회장의 세 딸은 모두 서희건설의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장녀 이은희 사내이사는 상반기 기준 서희건설 주식 187만2354주, 유성티엔에스 주식 159만3939주를 보유하고 있다. 서희건설 지분 기준 차녀 이성희 사내이사(164만9036주)와 삼녀 이도희 사내이사(166만4157주)보다 많은 물량이지만, 향후 회장직 승계를 점칠 수 있을 만큼의 큰 차이는 없다. 유성티엔에스 주식의 경우 이도희 사내이사가 190만3831주를 보유해 세 딸 가운데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다.

서희건설의 각 중요 사업부문에도 배치돼 있다. 이은희 사내이사는 통합구매본부 부사장, 이도희 사내이사는 재무본부 전무, 이도희 사내이사는 미래사업본부 기획실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이들은 유성티엔에스에서도 구매본부, 재무본부, 미래전략실 등 서희건설과 같은 사업부문의 임원직을 각각 겸임 중이다.

경영승계를 받을 이가 불투명한 가운데 총 60억 원에 달하는 이은희 사내이사의 백지신탁 수용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세 딸이 보유한 서희건설 지분이 비슷한데다, 특별히 주목받는 인물도 없기 때문이다. 또 이 회장이 그동안 회장 승계에 있어 경영능력을 최우선으로 볼 것이라 공언해 오기도 했다. 이은희 사내이사가 서희건설 주식을 모두 처분해 의결권을 잃게 되면 경영승계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지는 셈이다.

이봉관 회장이 과거 포항종합제철(포스코)에서 13년간 근무한 만큼, 서희건설은 1990년대부터 포스코로부터 일감을 받아 성장해 왔다. 이 회장은 가장 먼저 인수했던 화물운송업체 유성티엔에스를 시작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유성티엔에스는 서희건설의 최대주주로, 지분 57.78%를 보유하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백지신탁 요구에 대한 입장과 이로 인한 향후 경영승계 구도의 변화 여부를 묻기 위해 서희건설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서희건설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시공능력평가 결과에서 20위를 차지했다. 회사의 순위는 2019년 38위에서 2020년 33위, 2021년 23위, 2022년 21위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4377억 원, 올해 상반기 매출 6574억 원을 올린 중견 건설사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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