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삼풍아파트, 강남 '대어' 첫 실적 기회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한국토지신탁이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한국자산신탁과도 손을 잡으며 선두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사진은 한국토지신탁을 이끄는 차정훈 회장. /한국토지신탁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윤정원 기자]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부동산 신탁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실적난에 빠진 한국토지신탁도 이에 질세라 선두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199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100% 출자로 설립된 한국토지신탁은 신탁업계 맏형이자 시장점유율 1위 신탁업체다.
◆ 한토신, 2분기 매출 470억·영업이익 117억 그쳐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한토신의 올해 2분기 매출은 470억 원, 영업이익은 117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4%, 48.4% 빠졌다. 매출은 신탁보수의 소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작년 2분기 리츠매입보수가 반영된 영향이 컸다. 대손충당금 증가가 더해지며 영업이익 감소 또한 두드러졌다. 영업외로는 HJ중공업의 대규모 손실 발생에 따라 지분법 손실이 300억 원 가량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성적표는 암울하다. 상반기 한토신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 줄어든 161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신탁 수주액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상반기 수주액은 1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88.7% 감소했다. 전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수료수익은 동기간 25.7%(188억 원) 내린 524억 원을 나타냈다.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 금리인상, 자산건전성 악화 등에 영업비용은 증가했다. 5.4%(39억 원) 늘어난 721억 원이다. 이자비용과 대손상각비는 각각 122억 원, 159억 원으로 24.5%(30억 원), 19.5%(26억 원)씩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343억 원의 이익을 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57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분법손실이 384억 원 발생한 영향이다. 관계기업 중 HJ중공업 인수사인 '에코프라임마린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가 266억 원, 동부건설 인수사인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가 108억 원의 손실을 봤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여전히 어둡다. 신탁계정대는 전년도 말 5510억 원에서 7150억 원으로 30% 늘어났다. 신탁사가 개발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시행사, 조합 등에 대여하는 금액으로 고유자산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인 만큼 금액이 커질수록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연체 3개월 이상 고정이하자산은 전년 대비 11.9%(413억 원) 증가한 4310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자기자본 대비 고정이하자산비율은 54.3%다. 업계 2위인 한국자산신탁보다 13.9%포인트 높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한토신의 실적은 영업단과 영업외단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현장에서의 충당금 빈영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탁계정대가 증가 및 자산 건선성 분류 강화 등으로 충당금 이슈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지분법 대상 회사의 실적 부진도 아쉬운 요인이다. 이번 분기에는 주요 투자 회사가 약 8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악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
◆ 강남 '대어' 첫 실적 기회…한토신-한자신 '맞손'
한토신은 주가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악화 속에 2015년 중순 4500원 수준을 호가하던 한토신의 주가는 꾸준히 우하향곡선을 그렸고 올해 초에는 1220원까지도 떨어졌다. 현재도 해당가에서는 별다른 상승 반전을 하지 못한 상태다. 29일 기준 한토신은 전 거래일(1239원) 대비 0.40%(5원) 오른 1244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꾸라지는 실적에 신용평가사들도 한토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지난 5월 한국신용평가는 한토신은의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가 비슷한 시기 한국자산신탁의 신용등급 기준을 기준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가 내놓은 한토신과 한자신의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A/부정적·A-/긍정적) △나이스신용평가(A-/긍정적·A/안정적) △한국기업평가(A-/안정적·A/안정적) 등으로 한토신이 열세에 있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한토신에 대해 "신탁계정대 회수자금으로 차입금 의존도를 축소시킨 경쟁업체와 달리 동사는 잉여자금을 재투자했다. 그 결과 신탁계정대 감소에도 재무안정성이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신탁계정대가 재차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수주 현황이 저조한 점, 부동산 경기 저하 등으로 개발사업장에 대한 대손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익창출력 회복 에는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토신은 실적 반등을 꾀하며 최근에는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한국자산신탁과도 손을 잡았다. 신탁업계 1·2위인 한토신과 한자신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신탁사들은 각각 사업장에서 경쟁중인 터라 팀 구성이 좀처럼 쉽지 않다. 현재 한토신과 한자신은 신탁 방식 재건축이 활발하게 논의 중인 서울 목동과 여의도에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는 강남의 상징성과 신속통합기획으로 인한 사업성을 지니고 있는 터, 양사는 지난 16일 삼풍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과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토신‧한자신 컨소시엄은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으나 불필요한 비용 절감, 신속한 사업 전개, 갈등 해결을 통한 원만한 사업 추진 등 장점이 확실히 있는 사업방식"이라며 "양사가 쌓은 그동안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살려 소유자님들의 니즈에 걸맞은 사업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적난에도 불구하고 한토신을 이끄는 차정훈 회장은 상반기 신탁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차정훈 회장은 급여 6억 원과 상여 10억7100만 원, 기타근로소득 100만 원 포함해 16억7200만 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