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이번 건은 감경요인 없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철근 누락' 사태를 촉발한 GS건설에 대해 최장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은 철근 미설치와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
[더팩트|윤정원 기자]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순살 자이'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을 안은 GS건설이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위기에 놓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최종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행정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며 제재를 피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 국토부 "사고 책임 주체 위법행위, 무관용 처분"
국토교통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희룡 장관 주재로 '검단아파트 사고 및 GS건설 현장 점검결과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국토부는 "사고 책임 주체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으로 처분키로 했다"면서 GS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밝혔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검단아파트 시공업체인 GS건설 컨소시엄 및 협력업체에 대해 부실시공을 이유로 국토부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을 추진키로 했다. 불성실한 안전 점검 수행 등의 이유로 서울시에 이 컨소시엄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할 것도 요청할 계획이다.
최근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상 국토부 장관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한 경우' 시공사에 최대 1년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사고 과정에서 사망자가 없는 경우는 8개월이 최대치다. GS건설이 현행 수준에서 가장 무거운 행정처분 의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국토부는 건설사업관리자인 목양 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을 이유로 6개월간의 영업정지를 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와 별개로 경기도에 건설공사 주요 구조에 대한 시공·검사·시험 등을 빠뜨렸다는 점을 이유로 이 업체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설계 업체인 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에 대해선 서울시에 자격등록 취소 내지 업무정지 2년을 요청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계 전문 기술자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국토청장이 자격정지 1년을 처분키로 했다.
◆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전망도…HDC현산 전철 밟나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10개월 처분은 최종 결과는 아니다. 최종처분은 국토부 내 자문기구인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와 예비처분, 청문절차 등을 거쳐 약 3~5개월 후 확정된다.
물론 영업정지 기간이 줄어들 확률은 현저히 낮다. 원 장관도 회의에서 "법적으로는 최근 3년간 동일한 불법행위가 없으면 1개월을 경감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이번 건은 감경요인이 없다"고 못박았다.
심의위 영업정지 처분이 최종 확정되면 GS건설의 신규 수주는 제한을 받게 된다. 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기존의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만 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GS건설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전국 83개 현장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단 아파트 전면 재시공에 따른 손실 비용까지 감안하면 GS건설에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56조 원이라는 넉넉한 수주 곳간을 보며 안심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에 따른 충당금 5524억 원을 지난 2분기 실적에 반영, 영업적자 4139억 원을 기록한 상태다.
소비자들이 GS건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한동안 불식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처분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영업정지 가능성이 대두한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이' 브랜드 선택에 있어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위기에 처한 GS건설 입장에서는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광주 학동 철거사고 당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날 국토부 처분 발표 이후 GS건설 측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기대와 책임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 사고의 원인이나 그에 따른 행정 제재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할 내용도 많다. 면밀히 검토한 후 청문절차에서 잘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