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0% 가진 소액주주는 '좌불안석'
비케이탑스는 15개월째 904원에 머물러 있다. /비케이탑스 홈페이지 갈무리 |
동전주란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일컫는 말이다. 현시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0여 개의 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개 이상이 동전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전주는 주가가 낮을 대로 낮기 때문에 통상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동전주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해소되거나 강력한 테마주가 되는 경우 급등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커 투자에 유의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동전주는 값이 싸서 비교적 접근성도 높고 적은 돈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어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잦다.
'대박'과 '쪽박', 이름에 걸맞게 동전의 앞뒷면을 지닌 동전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종목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종목까지, <더팩트>는 현시점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종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15개월째 매매 거래가 정지된 비케이탑스가 상장폐지 기로에 서 있다. 감사인의 검토 의견 거절과 공시의무 위반, 보고서 미제출 등 다수의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안고 있는 비케이탑스는 주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10만 원대를 호가한 주가는 현재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동전주로 전락했다. 주주들 사이에서 이렇게 앓느니 부도 처리로 마무리 돼 속 시원해지는 게 낫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비케이탑스는 1991년 3월 30일 동양그룹 IT전문계열사로 설립된 회사다. 동양정보통신-동양SHL-동양시스템하우스-동양시스템즈-동양네트웍스-티탑스 등 여러 차례의 사명 변경을 거쳐 오늘날의 비케이탑스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기준 비케이탑스의 자회사는 참테크와 유라인코리아, 지엠씨제십이차 등 비상장사 3곳이다.
비케이탑스는 현재 유통과 B2B 구매대행서비스의 거래를 통한 기업소모성자재 등의 유통서비스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2일자로 구(舊) 웅진폴리실콘 공장의 건물·기계설비 장치를 인수, 중고기계·고철, 비철 등으로 재판매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비케이탑스는 2021년 4월 20일 비케이원 주식회사를 설립, 마스크 제조, 판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유라인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마스크사업에도 나섰다. 다만 현재는 비케이원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비케이탑스 주주들은 거래정지에 이어 상장폐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팩트 DB |
비케이탑스가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약 23년 전이다. 비케이탑스는 2000년 12월 26일 코스닥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한 이후 2010년 11월 2일 코스닥증권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주식을 이전 상장했다. 당시 비케이탑스가 이전상장을 택한 것은 기업 인지도와 신뢰도를 향상함과 동시에 자금 조달의 편의성을 노린 것이다.
결과는 아쉬웠다. 이 회사는 이전 상장 시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지분 확대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약 5년 전 10만 원대를 호가한 해당 종목(2018년 6월 1일 기준 10만5408원)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해 5월 13일 904원까지 추락했다.
비케이탑스는 같은해 5월 16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2021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25조와 이 규정 시행세칙 제19조에 따라 심의(2022년 6월 20일), 비케이탑스에 2023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사측은 4월25일 개선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요청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더해 비케이탑스는 올해 3월23일 2022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를 추가로 떠안았다. 이에 비케이탑스는 올해 4월 13일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거래소는 비케이탑스에 2023년 10월 3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공시의무 위반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돼 불성실공시에 따른 누계벌점이 최근 1년간 15점 이상 추가됐다. 지난 2022년 12월 5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또한 발생했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제2항 및 제49조제1항에 따라 지난해 12월 26일 비케이탑스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했고, 동사 주권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53조에 따라 매매거래정지가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비케이탑스는 현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팩트 DB |
비케이탑스가 상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지는 미지수다. 비케이탑스는 수년간 수십~수백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낮은 부분자본잠식로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비케이탑스의 영업손실은 96억2700만 원, 당기순손실은 144억 원 규모다. 비케이탑스는 2021년도와 2020년도에도 영업손실 103억3700만 원, 34억1700만 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당기순손실도 341억6200만 원, 489억9500만 원 규모다.
유상증자도 좀처럼 되지 않는 분위기다. 비케이탑스는 지난 4월26일 2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500원이며, 발행되는 신주는 400만 주, 신주 상장예정일은 오는 5월 24일이었다.
그러 5월9일 납입자인 최대주주 정상룡 대표이사가 주금납입일 연기를 요청하면서 유상증자 일정도 계속해 미뤄지고 있다. 현시점 청약일과 납입일은 25일, 신주 상장예정일은 9월12일이다.
비케이탑스는 임시주주총회가 임박했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비케이탑스는 오는 9월2일 제33기임시주총을를 열어, 에이치에스이엔씨로의 사명변경과 사내이사 3명의 선임의 건이 다룰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공시 담당자 비케이탑스의 대표전화로 연락을 취하면 '없는 번호'라는 말만 되풀이 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표번호 등 기재는 회사 담당이다. 종목 담당자에 전달했으나 부재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비케이탑스의 소액주주 비율은 99.99%에 이르며, 소액주주의 주식수가 총발행 주식의 72.30%를 차지한다.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정상룡 대표이사(27.20%)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