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중고도 정찰 무인기 사업' 참가…미국산보다 성능 '우수'
무인기·항공기 제작 분야 선도…드론 중요성 확대 수혜 전망
대한항공이 무인기와 드론을 중심으로 한 항공우주 분야에서 방위산업 성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저피탐 무인기편대기 개념도. /대한항공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세계적으로 한국 방위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도 방산부문에서의 활약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쟁에서 활용되는 비대칭전력 중 하나인 무인기, 드론을 개발·생산하고 헬기·전투기 제작과 정비를 통해 항공우주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실적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6일 방산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9800억 원 규모의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개발·양산 사업에 참여하고, 내년부터 생산하기로 했다.
이번 MUAV 양산계획안은 지난 18일 방위사업청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으며, 총 사업비는 9800억 원 규모다. 오는 2028년까지 MUAV 개발·양산하는 사업으로, 대한항공이 MUAV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MUAV 'KUS-FS'를 개발완료했다. KUS-FS는 고성능 감지기를 탑재해 일반 항공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실시간으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KUS-FS와 유사한 무기 체계로는 미국의 MQ-9으로, 고도 6~13km 상공을 날며 100㎞ 밖 지점을 고해상도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 특히, KUS-FS는 MQ-9보다 더 강력한 1200마력 엔진을 탑재해 더 높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MUAV와 더불어 전략급 무인기로 분류되는 '스텔스무인기'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무인편대기 기술 개발에 착수해 현재 기본 설계를 마쳤다. 대한항공은 저피탐 무인 편대기와 유인 전투기 등이 동시에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무인편대기는 오락실 비행기 게임에서 파워업 아이템을 먹으면 옆에 보조 기체가 나타나 공격을 돕는 것처럼, 유인기를 지원하고 호위하는 역할을 한다. 적을 공격하는 것과 더불어 유인기를 호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감시정찰, 전자파 교란, 정밀 타격 등 독자적인 자율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국내 최초로 저피탐 무인기를 공동 개발해 무미익(꼬리 날개가 없는)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기존 짧은 비행시간을 보완하려고 새로운 추진 시스템을 탑재, 2시간 이상 장기 체공과 시속 70㎞ 이상의 비행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드론'을 개발했다. 또 '틸트로터'를 장착해 헬기의 수직 이착륙 기능과 고정익의 고속비행 능력을 겸비한 사단급 무인기 후속모델 '수직이착륙 무인기'도 개발 중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군용기 창정비와 제작 분야에서도 역할이 크다. 대한항공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군용기 최대 종합 정비창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 1979년 이후 한국군과 미군의 군용기 약 5000여대를 정비·출고했다.
지난해 11월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에서 미국 공군 F-16 수명 연장 사업의 초도 항공기가 출고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
최근 대한항공은 미 국방부로부터 2020년 11월부터 2030년 9월까지 약 10년간 주한 미군·주일 미군에 배치된 미 공군 F-16 전투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수명 연장 사업은 항공기 정비 중에서도 최상위 단계의 작업으로 주요 구조물을 보강, 교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전투기의 비행 가능 시간을 8000시간에서 1만2000시간으로 연장할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은 1978년 미군 창정비 사업을 시작으로 F-4, F-15, F-16, C-130, A-10 등의 전투기·수송기, RC-12, UH-60, CH-47, CH-53 등 정찰기·헬기의 창정비와 개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항공기 생산 분야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지난 3월 보잉사 방산·우주부문으로부터 수주한 AH-6 헬기 8대 분의 동체 제작을 맡아 초도 생산분을 성공적으로 납품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977년부터 1988년까지 최초의 국내 생산 헬기인 500MD 309대를 양산해 군·공공기관, 민간기업에 판매 했으며, 동체 516대를 제작·수출했다. 또 500MD 무인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헬기 제작 노하우를 축적 해왔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 2021년 3666억 원에서 지난해 4910억 원, 올해 상반기에는 2391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을 통한 공격의 비중이 높아진만큼, 한국군의 무인기·항공기 개발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항공기를 대상으로 공격을 단행, 큰 피해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 러시아 전략폭격기 Tu-22 M3 1대가 파괴되고, 이틀 뒤인 21일에는 러시아 칼루가에서 러시아 폭격기 두 대가 공작원이 조종하는 드론에 의해 손상을 입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를 격침할 때도 드론을 활용해 정찰,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비대칭 전력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진 가운데 마치 드론이 골리앗에 대항한 '다윗의 돌팔매'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무인기 개발과 항공 분야 투자가 시급한 가운데 항공산업 전반에서 축적한 경험과 연구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 첨단무기 체계 개발을 할 수 있는 대한항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