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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코앞인데 과일값 '껑충'…유통업계, 가격 부담 줄여 명절 고객 잡는다 
입력: 2023.08.24 15:54 / 수정: 2023.08.24 15:54

올해 잇따른 기상 악화… 과일 생산량 줄고 가격 급증
유통업계, 가성비 과일세트·사전 예약 판매로 명절 수요 대응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마트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 /우지수 기자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마트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유통업계가 추석 과일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올해 봄 한파와 여름 폭염, 태풍, 폭우 등 잇따른 기상 악재로 농가 피해가 심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추석 과일의 가격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도 유통업계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청탁금지법상 명절 농산품 선물 상한가를 올리면서 농산품 소비 진작을 꾀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간 대목 추석을 한 달 앞두고 가파르게 오르는 과일값에 '명절 소비자 부담 줄이기' 특명이 내려졌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기상 악화로 국내 농가 과일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준 탓에 명절 대표 과일인 홍로사과, 원황배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과일을 포함시킨 저가형 추석 선물세트를 기획하거나 조금이라도 저렴한 예약판매 시스템을 소비자에게 내세우는 등 명절 손님 모으기에 열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넷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4일 4만7724원을 기록했던 홍로사과(10kg, 상 등급)의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올해 같은 날엔 8만1330원으로 70%가량 비싸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시한 도매시장 중도매가격은 최소가 기준 지난해 6만820원, 올해 8만3300원으로 36% 상승했다. 배 품종 중 하나인 원황은 지난해 중도매가 4만1320원에서 올해 5만1000원으로 만 원 가까이 올랐다.

현대백화점이 24일 알린 햇 홍로사과의 예약 판매 가격은 10~12개 기준 4만5000원으로 지난해 홈플러스가 선보였던 4~7개 기준 1만1000원과 비교하면 1개당 두 배 가량 가격이 치솟은 셈이다.

이처럼 과일 가격이 오른 이유는 기후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부터 한파와 우박으로 농가가 피해를 입기 시작했고 여름엔 더운 날씨와 태풍, 잦은 폭우가 겹치면서 과일 생산량이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배포한 '8월 과일관측'에서 이번 달 사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줄고 배 22%, 복숭아 12%, 단감도 5%만큼 적게 수확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격도 대부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이번 여름 장마 영향으로 농가 사과에 탄저병, 갈반병 사례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오는 9월에도 생산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적은 물량이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화점과 마트업계는 명절간 소비할 과일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저렴한 과일도 선택지로 권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과일 수확량에 명절 수요까지 겹치면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햇과일 예약 판매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소비자들이 10~20% 만큼 저렴한 가격에 미리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약 판매에 책정된 가격으로 과일을 구매하면 이후 시세가 오르더라도 비교적 싼 값으로 과일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7일까지 축산·수산·청과 등 190여 품목 선물세트를 예약 판매하며 최대 60%만큼 할인한다.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품목 규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고객 구매 통계를 분석해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강화하는 등 고객의 취향을 십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는 24일부터 29일까지 올해 수확한 햇 홍로사과를 예약 판매한다. 할인 예약 판매 품목과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렸다. 신세계백화점도 사과, 배, 애플망고, 샤인머스캣 등 농산 46개 품목을 할인 예약 판매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샤인머스캣이 매대 중앙에 배치돼 있다. 마트업계는 최근 추석 과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샤인머스캣을 선물세트에 대거 포함시켰다. /우지수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샤인머스캣이 매대 중앙에 배치돼 있다. 마트업계는 최근 추석 과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샤인머스캣을 선물세트에 대거 포함시켰다. /우지수 기자

◆올해 추석 차례상엔 '샤인머스캣' 보인다

이마트는 올 추석 가격이 내린 샤인머스캣을 추석 선물세트에 적극 포함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공지한 시그니처 샤인머스캣&사과&배 세트 사전예약 가격은 6만9300원으로 지난해 7만9200원보다 가격을 12.5% 낮췄다. 세트 물량도 26%만큼 늘렸다. 샤인머스캣 3입 세트도 6만 원대에서 4만 원대로 22.1% 저렴하게 책정했다. 사과 세트는 가격이 올랐고 배 세트는 동결됐다.

롯데마트는 샤인머스캣과 함께 멜론까지 포함한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이들은 사과와 배의 수확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세트 자재 비용을 줄이거나 기존보다 크기가 작은 과일을 활용한 저가형 가성비 선물세트 물량을 확대했다. 홈플러스 역시 샤인머스캣·멜론·망고 등 혼합세트의 비중을 높여 판매한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최근 명절 소비자들 사이에 전통적 추석 과일세트보다 샤인머스캣이 포함된 세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감지된다"며 "과일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는데 비해 샤인머스캣은 가격이 떨어졌다. 업계는 관련 세트 물량을 늘리고 할인도 하는 등 고물가에도 고객이 부담 적게 명절 과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주요 과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과일 수급 안정을 위해 지난달부터 '과수 수급관리 대응반'을 TF로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을 팀장으로 한 대응반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청과도매법인 △과실중도매인협회 △품목농협 △과수거점산지유통센터 △농협경제지주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주요 유통채널이 함께 의견을 공유한다.

농식품부는 대형유통업체와 협력해 다양한 과일 선물상품을 구성하고 공급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유통업계는 사과, 배와 함께 샤인머스캣, 멜론 등을 혼합한 선물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선물세트 상품 외에도 봉지·팩 상품을 확대에도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명절 농산물 선물 한도액을 늘려 소비를 늘리고 농가 피해를 줄이고자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1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법령 상 명절 기간, 다음달 5일부터 10월 4일까지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을 20만 원 한도로 선물할 수 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30만 원까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권익위는 이로 인해 국내 명절 농산물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의 피해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유통계의 이런 대응이 합리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50대 주부는 "과일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를 많이 봤다. 대형마트를 자주 오는데 할인하는 품목이 항상 많다. 예년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과일이 있는가 하면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도 있기 때문에 과일 구매에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추석 시즌에 햇과일 가격이 오르긴 하겠지만 날씨가 나빠서 이렇게 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농민들 피해가 크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후 악화로 농산품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며 "유통업체와 정부의 대응은 농업계의 의견을 잘 반영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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