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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한경협'으로 새 출발…"부끄러운 과거와 결별하겠다"
입력: 2023.08.22 13:17 / 수정: 2023.08.22 13:17

전경련 총회 개최…55년 만에 한경협으로 기관 명칭 변경
류진 신임 회장 "엄격한 윤리 기준 세워 실천할 것"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여의도=이성락 기자]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새 출발을 알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기관 명칭을 변경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다만 정경유착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과거의 '재계 맏형' 위상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평가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명칭 변경 등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전경련은 1968년 이후 55년 만에 다른 이름을 갖게 됐다. 한경협은 지난 1961년 전경련이 설립될 당시 사용했던 명칭으로, 단체는 1968년 회원이 대폭 늘어나자 '회원과 활동이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대됐다'며 전경련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날 전경련은 새 회장도 선임했다. 류진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공식 추대했다. 류진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이자,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의 한국 측 위원장이다. 미국 정·재계와 친분이 깊은 '미국통'으로 꼽힌다.

간판을 바꿔 달고, 새 회장을 선임한 전경련의 목표는 과거의 '재계 맏형'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핵심 축으로 지목받아 홍역을 치렀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적폐로 낙인찍혀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패싱 굴욕'을 겪기도 했다.

전경련은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변화하는 등 '조직 혁신'에 나선다. 이를 위해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이날 총회에서 처리했다.

류진 회장은 "전경련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 많다. 부끄러운 과거와 결별하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먼저 한국 경제 글로벌 도약의 길을 열겠다. 국제 질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도록 실천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가운데)이 임시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가운데)이 임시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그러나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구호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전경련의) 혁신안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현재 혁신안은 단순한 선언 수준이고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 실천할 의지 여부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경련은 정경유착 비리가 터질 때마다 여러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며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해산해 새 시대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단체로 재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경련은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을 발표했다. 윤리헌장에는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을 할 것을 약속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선도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경유착 문제는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류진 회장은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그 첫걸음으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한다"며 "단순한 준법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경련은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이 한경협의 회원으로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전경련 탈퇴 후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던 4대 그룹이 통합된 한경협 회원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상 회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실질적 의미의 가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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