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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혹서기 10대 건설사 현장서 7명 사망…경영진 안전점검 '무색'
입력: 2023.08.21 15:47 / 수정: 2023.08.21 15:47

대형 건설사 10곳 중 4곳서 중대재해
정부 "원인규명 엄정히 수사할 것"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왼쪽 두번째)이 경기도 베르몬트로 광명 현장을 방문해 혹서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사망자가 나오면서 회사의 올해 첫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대우건설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왼쪽 두번째)이 경기도 '베르몬트로 광명' 현장을 방문해 혹서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사망자가 나오면서 회사의 올해 첫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대우건설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근 경영진을 동원해 혹서기 안전점검에 나섰지만 사망사고 발생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건설업계를 종합하면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시작된 지난달과 이달 들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 4개 건설사에서 총 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사망자가 없었지만, 더운 날씨가 이어진 최근 각 업체에서 1명씩 총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DL이앤씨의 경우 같은 기간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단일 업체 기준 최다 사망사고가 발생해 정부의 경고를 받게 됐다.

이달 초에는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일 오전 5시50분 인천시 연수구 소재 포스코이앤씨 주상복합 신축 현장에서 노동자 A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A씨는 갱폼(외부 벽체 거푸집과 작업용 발판을 일체형으로 제작한 대형 거푸집)을 인양하기 위해 줄걸이 작업을 하던 중 지상 1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망사고가 없었다. 올해에도 '중대재해 제로(0)' 달성을 목표로 안전관리 강화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안전에 취약한 혹서기를 나며 사망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조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현대건설이 혹서기 현장 특별점검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달 초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혹서기 현장 특별점검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달 초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건설

시공능력평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현대건설의 시공 현장에서도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3일 오전 6시께 힐스테이트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2인1조로 철근 운반작업을 하던 중 노동자 B씨가 쓰러졌다. B씨는 우측 허벅지 내측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치료 중 사망했다. 또 지난달 12일에는 대우건설이 시공을 담당하는 울산 남구 석유제품 터미널 공사현장에서 하청직원인 노동자 C씨가 사망했다. C씨는 굴착기 유도 작업을 하던 중 후진하던 트럭에 깔려 숨졌다.

이들 현장은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고용부는 사고 발생을 인지한 뒤 작업을 중단시키고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업계는 혹서기에 들어서며 경영진이 직접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등 안전관리 점검에 나서기도 했지만 사망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 황준하 현대건설 CSO(안전보건최고경영자)는 이달 3일 경상남도 창원시 힐스테이트 창원 더퍼스트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혹서기 현장 특별점검에 참여했고,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달 '베르몬트 광명' 신축 현장을 방문해 안전문화 정착을 당부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안전 문제로 인한 사망사고는 구조적인 관리로 미처 방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혹서기를 나면서 강화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현장 근로자들의 컨디션 저하와 안전수칙 미이행 등이 발생해 사망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산재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산재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DL이앤씨는 중대재해법 처벌을 받는 대형 건설사 1호의 불명예를 안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과 이달 총 3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다.

지난달 4일 DL이앤씨가 시공하는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노동자 D씨가 넘어진 장비에 깔려 중상을 입었다. D씨는 응급 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익일 사망했다. 이어 이달 4일 서울 서초구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지하 전기실 양수작업 중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11일에는 부산 연제구에서 아파트 6층 창호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1층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DL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지난해 3월, 4월, 8월, 10월 사망사고가 있었다. 올해 7월과 8월까지 총 7번의 사고로 8명이 숨졌다.

정부는 DL이앤씨가 시공하는 전국의 현장에 대한 감독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른 건설사에 모범을 보여야 할 대형 건설사에서 반복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각 사건별 중대재해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DL이앤씨의 반복적인 사고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인지 등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은 하청업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발주처인 건설사 원청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정부의 조사 수위 등이 관건인데, 모든 현장이 빈틈없이 완벽한 안전관리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라 하더라도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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