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경련 재가입' 결론 못내
이찬희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위원 간 다양한 의견"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임시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
[더팩트ㅣ서초구=이성락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결론을 짓지 못하고 추후 다시 회의를 열어 재논의하기로 했다. 재계 안팎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위원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는 등 좀 더 신중히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준감위는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논의했다. 그러나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2차 회의는 오는 18일 오전 열린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다시 한번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을 포함한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며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후 한국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전경련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적폐로 낙인찍혀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패싱 굴욕'을 겪기도 했다.
전경련은 부활을 노리고 있다.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통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는 등 새 출발을 알린 상태다. 이 과정에서 4대 그룹을 대상으로 재가입도 요청했다. 4대 그룹의 복귀 없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해 오는 18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성락 기자 |
준감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각사의 이사회는 준감위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준감위 권고 사안과 다른 의사결정을 하려면 각 계열사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준감위는 삼성이 윤리 경영을 하겠다며 3년 전 출범시킨 독립 기구로 각 계열사 주요 안건을 논의, 결정해 권고하는 조직이다.
삼성의 재가입 방침이 사실상 확정되면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도 공동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날 준감위 회의는 4대 그룹 전경련 복귀의 분수령으로 꼽혔다.
준감위가 결론을 짓지 못하면서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위원들은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희 위원장도 이날 회의에 앞서 '삼성의 재가입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답했다.
위원 간 의견을 하나로 수렴하지 못한다면 18일 2차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찬희 위원장은 "(18일에는 결정될지) 회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며 "좋은 결정을 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