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기 보나사피엔스 대표 LK-99 초전도체 맞다 주장
테마주 줄줄이 상한가
상온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소식에 초전도체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 /뉴시스 |
[더팩트│황원영 기자] 초전도체 테마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LK-99' 진위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물리학 박사 출신인 김인기 보나사피엔스 대표가 "LK-99는 초전도체"라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초전도체 테마주가 급등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LK-99를 둘러싼 말 한마디에 상한가와 하한가롤 오가자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종목이 일제히 상한가로 마감했다. 14일 덕성은 전 거래일 대비 29.97%(2350원) 오른 1만190원, 서남은 30.00%(1860원) 뛴 8060원, 모비스는 29.85%(815원) 상승한 3545원으로 각각 장을 닫았다. 파워로직스는 29.99%(3860원) 오른 1만6730원에 거래를 마쳐 직전 거래일인 11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신성델타테크는 주가가 급등한 탓에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그 밖에 서원(29.73%), 국일신동(29.52%), 원익피앤이(16.80%), 고려제강(14.57%) 등도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이다. 초전도체를 영하 180도 이하가 아닌 상온에서 구현하면 초고속 컴퓨터, 자기부상열차, 송전효율 100% 전력선, 공중에 띄우는 플라즈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아크 원자로 구현에 필요한 핵융합 등을 상용화할 수 있고 자기공명장치(MRI) 비용도 낮출 수 있어 과학계에서는 '꿈의 물질'로도 불린다.
이러한 상온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과학계는 물론 각계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달 22일 국내 연구진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 초전도체 LK-99 관련 논문을 올렸다.
이에 초전도체와 관련한 테마주가 수직상승했다. 덕성은 LK-99 논문이 발표된 지난달 22일 이전까지 3000원대에 머물렀으나 현재 1만 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서남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음에도 사흘간 상한가를 이어가다 이달 초 매매가 정지되는 등 과열 열상을 보였다. 대성화금은 상장 후 처음으로 2만 원대 주가를 기록했다. 13일 종가 기준으로는 19480원이다.
LK-99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센터(CMTC), 왕리민 대만국립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 등은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어떤 연구도 이 물질이 초전도성을 지닌다는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 역시 "LK-99는 초전도체와는 다르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고공행진 하던 초전도체 테마주가 무더기로 급락했다. 덕성은 진위논란이 일자 1만 원대에서 지난 11일 종가 기준 7840원까지 내렸고 서남 역시 1만2000원대에서 같은 날 6200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 와중에 지난 10일 핀테크 스타트업인 보나사피엔스를 이끄는 김인기 대표가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맞고, 새로운 강자성체도 맞다"며 "원저자들은 원래 생각보다 더 대단한 걸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대표는 인하대학교에서 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딴 후,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박사, 연구원·연구부교수, 연세대학교 연구 교수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K-99에 대한 찬반 주장이 번갈아 나오면서 초전도체 테마주는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하루 만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모습을 보이자 개인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초전도체 LK-99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일부 종목은 테마주로 묶인 기업이 LK-99와의 연관성을 공식 부인했음에도 급등세가 이어져 우려를 샀다. 앞서 서남은 지난 7일 회사 홈페이지에 "현재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 협력이나 사업교류가 없다"고 밝혔다.
당국 역시 초전도체를 비롯한 테마주 과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 등의 주식시장 급등락에 대해 "단기간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차입투자)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LK-99의 정확한 검증 결과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전도체 사실여부 검증에 나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꾸려 이르면 2주 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학회는 지난 11일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던 황산납이 다음 주 초 확보될 예정"이라며 "대략 2주 정도면 재현 시료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