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미래 경쟁력 확보 등 과제 산적
4년째 계속되는 재판, 사법 리스크 부담 여전
실적 개선 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는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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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면·복권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삼성의 수장인 그가 풀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말이 딱 맞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특히 핵심 먹을거리인 반도체 사업에서는 도전을 받고 있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재용 회장 역시 이러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취임 소회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 실적 개선 급선무…풀어야 할 과제 '산더미'
당장은 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6402억 원)에 이어 2분기(6685억 원)에도 1조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2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는 시장 불황 탓에 4조36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1·2분기를 합치면 DS 부문 적자 규모는 8조94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유례 없는 '반도체 한파'가 계속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 탓이 크다. 삼성의 기술 개발도 절실하지만 이재용 회장 개인의 위기관리 능력 발휘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용 회장이 해외 곳곳을 누비는 이유도 위기 극복 해법을 찾기 위함이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시장 주도권 싸움 벌이는 상황을 고려해 실익을 추구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반도체 부문에서 8조94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더팩트 DB |
이재용 회장은 우선 투자에서 답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 사면·복권 이후 삼성의 투자 시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실적 부진에도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4조 원에 이르렀다. 시설 투자(상반기 25조3000억 원)도 마찬가지로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경쟁사들이 불황에 투자를 줄이는 반면 삼성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으로 다가올 '업턴'에 대비하고 있다.
◆ 스마트폰 시장 부진 장기화…경쟁력 강화 '시동'
반도체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제조 업계의 성장을 이끈 스마트폰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기에 이는 더욱더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스마트폰 5330만 대를 판매(출하량 기준)해 시장 점유율 1위(20%)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점유율이 14% 넘게 빠졌다.
삼성전자는 신작인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로 출시 초반 흥행몰이를 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하반기 전체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준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의 사전 판매는 총 102만 대로, 이는 역대 폴더블폰 사전 판매 중 최고 성적이다.
이재용 회장은 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초격차 기술 확보에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선 게 대표 사례다. 미래기술사무국을 통해 '세상에 없는' 기술과 제품을 발굴해 미래 먹을거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재용 회장이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등의 메시지를 줄기차게 낸 것과 일맥상통한 행보다. 미래기술사무국은 DX 부문의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제조의 신기술 개발을 총괄하면서 기술별 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아직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 /박헌우 기자 |
◆ 햇수로 4년째 재판 출석…여전한 걸림돌 '사법 리스크'
이재용 회장이 실적 개선, 미래 경쟁력 확보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관련 재판 탓에 거의 매주 재판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경영 활동을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설 때조차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판은 햇수로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삼성의 강점으로는 실력을 갖춘 전문 경영자, 축적한 기술·제품, 신뢰도 높은 기업 브랜드 등이 꼽힌다. 그러나 그동안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재용 회장만이 용단을 내려야만 가능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삼성이 비약하지 못한 채 정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지 못하는 것도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용 회장은 사법 리스크로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된 이후 현재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한때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고, "실적 악화, 책임 경영 필요성은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복귀로 연결될 전망"이라는 내용의 증권사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다. 재계는 1심 결과에 따라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시점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좋지 않고, 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중요한 시점에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등기이사 복귀 건은 이미 국내외 사업장을 누비며 그룹 총수로서 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이재용 복권 1년 ㊤] 현장경영·소통에 '진심'···'제2의 신경영' 발표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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