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연속 영업이익 성장세, 전 분기 대비 42% 상승
소규모 공급자 유치, 고객 수요 맞춤형 콘텐츠 제공
쿠팡이 4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를 달성했다. 김범석 의장은 '중소상공인 상생'과 '고객 친화력'을 비결로 꼽았다. /뉴욕=AP.뉴시스 |
[더팩트|우지수 기자] "쿠팡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결의에 찬 목소리를 냈다. 쿠팡은 최근 실적 최고치를 분기마다 갈아치우고 있다. 쿠팡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보다 42% 오른 1940억 원으로 이 성장세를 지속한다면 사상 첫 연간 흑자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범석 의장의 운영 비결로는 '중소상공인 상생'과 '고객 친화력' 등이 꼽힌다. 지난 수년간 막대한 투자로 국내 물류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결과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쿠팡이 발표한 지난 2분기 실적은 월스트리트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고 미국 거대 유통기업과 비교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은 7조6749억 원(58억378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증가했고 당시 847억 원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1940억 원 흑자로 올라섰다. 처음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선 지난해 3분기 1037억 원 이후 4분기 1133억 원, 올 1분기 1362억 원 규모에 이은 꾸준한 상승세다. 쿠팡이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5조원 중반 수준에 달했던 누적 적자는 4분기 동안 연달아 울린 승전보로 4조 9627억 원으로 줄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미국 쿠팡 주식이 6%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파죽지세 성장의 중심에는 중소상공인의 로켓배송 과정을 당사에서 일체 지원하는 '풀필먼트서비스 로켓그로스(FLC)'와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 고객 경험 확장 집중 사업이 있다. 김범석 의장은 회의에서 "오랜 기간 대대적으로 물류 인프라에 투자했고 고객 경험 확장에 집중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3월부터 단순한 3자 물류 제공 서비스를 초월해 로켓배송 인프라까지 지원하는 FLC를 도입했다. 이전에는 큰 규모의 사업자가 아니라면 로켓배송 제공을 쉽게 시도할 수 없었다. FLC는 규모가 작은 중소상공인들의 물품 보관과 포장, 고객 응대 물류 조달 과정 전반을 쿠팡이 전담하고 로켓배송을 돕는 서비스다. 12년간 6조 원을 들여 구축한 전국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활용한다. FLC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호응을 크게 얻으며 전체 비즈니스 성장률보다 2배 이상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 운영 시스템이 '플라이휠' 효과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플라이휠 효과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모으고, 고객이 많은 곳에 좋은 판매자가 모이며 거래가 증가하면서 전체 회사의 비용이 감소해 다시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선순환 효과다.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이 지향하는 성장 모델이기도 하다. 전국 물류라인 구축에 꾸준히 투자하고 중소상공인을 유치한 쿠팡의 '규모의 경제'가 구현된 모양새로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한다면 그간 '계획적 적자' 전략으로 인프라 확대에 과감하게 투자한 선택이 첫 결실을 맺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FLC 성장은 중소상공인들의 좋은 상품이 로켓배송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될 길이 커졌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며 "경쟁력 있는 판매자가 늘어날수록 쿠팡 물류 규모가 확대되고 늘어난 매출로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더 좋은 혜택을 얻으니 상생이라고 할 만하다. 좋은 소식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팡은 12년간 6조 원을 들여 구축한 전국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중소상공인에게 로켓배송 인프라를 지원한다. /뉴시스 |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쿠팡 고객 경험 확장 서비스도 성장 지표를 보인다. 쿠팡이츠는 사용자 중 할인 혜택을 받는 와우 멤버십 회원이 80% 이상 늘어났고 평균 지출액도 20% 수준만큼 커졌다. 멤버십 증가 효과로 사용자가 늘어난 쿠팡플레이도 대중 수요를 겨냥한 콘텐츠를 연이어 제공하면서 지난달 월간 이용자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에 OTT 후발주자로 출발한 쿠팡플레이는 고객 친화력으로 그들만의 콘텐츠 영역을 구축하고 독자적인 구독자층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축구선수 이강인이 소속된 파리생제르맹의 방한 친선 경기와 지난달 해외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친선 경기까지 독점 중계권을 따내 스포츠 팬 고객을 끌어모은 걸로 분석된다. 소비자 데이터 업체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스포츠 중계를 위해 쿠팡플레이를 구독하는 회원 비율은 19%로 넷플릭스 0%, 티빙 6.7%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구독 서비스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자 쿠팡은 쿠팡이츠 할인 등 와우멤버십의 정규 혜택을 확장해 성장세에 페달을 밟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 사업은 당사 전체 사업의 플라이휠 효과를 가속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성장을 촉진할 계획"이라며 "이츠 사용 고객은 쿠팡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몇 분기에 걸쳐 고객 1명당 공헌이익 흑자를 달성했고 거의 모든 고객 경험 지표에서 긍정적 성과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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