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은행권 횡령사고…내부통제 문제 도마 위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심층면접을 통해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왼쪽 위는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더팩트DB·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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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정리=이선영 기자]
◆ KT 대표 후보 김영섭, 이번엔 주총까지 완주할까
-이번에는 IT 업계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드디어 KT 차기 대표 후보가 드디어 확정됐다지요? 연 매출 25조 원, 재계 서열 10위 권의 KT그룹을 이끌 차기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요.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는 정통 'LG맨'으로 꼽힙니다. 그는 LG상사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LG CNS에서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그룹 내 계열사인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겨 경영관리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부사장을 역임했습니다.
김 후보는 경력 그 어디에서도 KT와 접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외부 인사인 게 특징인데요. 함께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른 박윤영 후보는 KT 연구직 출신으로 잠시 SK로 자리를 옮긴 적이 있기는 하지만 경력 대부분을 KT에서 채웠습니다. 박 후보는 KT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컨설팅부문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또한 2019년과 올해 2월 대표 경선 당시에도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른 경력이 있습니다. 차상균 후보는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인공지능(AI) 전문가지만, 이석채 KT 회장 시절 사외이사를 지낸 인연이 있습니다.
-함께 경쟁한 후보들에 비하면 김영섭 후보는 이전까지는 KT와 전혀 접점이 없군요. 이번에 네 번째 대표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KT가 외부 출신 인사를 선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역설이지만 김 후보가 이번 대표 경선 전까지는 KT와 접점이 없는 '완전한 외부 인사'라는 게 가산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KT는 지난해 11월부터 네 차례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았지만 번번이 선임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최종 후보로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 등 내부 출신 인사를 뽑은 만큼, '그들만의 리그'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집권 여당은 KT 대표 선임 절차가 공정하지 않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KT는 더 이상의 경영 공백은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3월 28일 구 전 대표가 임기 종료를 사흘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이후 5개월 이상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입니다.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고 주요 현안을 처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규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을 위해선 책임자가 절실합니다.
-KT의 경영 시계가 오랫동안 멈춰있는 만큼 김영섭 후보에 대한 내부의 기대도 클 것 같습니다. KT 내부 평가는 어떤가요?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영섭 후보는 그동안 기업경영 경험과 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 의장은 "김 후보는 다년간의 ICT 기업 CEO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전환(DX) 역량과 본질에 기반한 성장을 도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 체계 정착과 기업문화 개선 의지가 뛰어나 향후 KT 미래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KT의 소수노조인 새노조도 "사상 초유의 장기간 경영 공백으로 엉망진창이 된 KT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새 대표 이사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강조했습니다. KT 새노조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계와 배제, 무너진 조직의 정상화, 일하는 방식과 보상 등을 둘러싼 직원과의 소통, 본업인 통신 경쟁력 확보 등을 요구했습니다.
-김영섭 후보는 8월 말 제2차 임시 주주총회 표결을 거쳐 선임될 예정이라는군요. 오랜 경영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KT가 하루빨리 안정을 찾기를 바라봅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횡령 사고에 이어 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은행장 리더십, 금융당국의 책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더팩트 DB |
◆ 고질병 됐나…또 터진 은행권 횡령사고에 고개 든 은행 최고경영자·금융당국 책임론
-금융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횡령 사고에 이어 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은행장 리더십, 금융당국의 책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횡령사고를 보고받고 현장검수에 착수한 결과 562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금감원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등 모든 은행의 PF 자금관리 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조사·점검 결과, 경남은행 투자금융 부서 직원 A씨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하면서 562억 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상환)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으로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 5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빼돌렸습니다.
-은행권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은행권은 횡령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해야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인 금감원 역시 경남은행 횡령 사고 원인으로 허술한 내부통제를 지목했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문제는 시스템 구축과 직원 윤리 강화 두 가지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경남은행 사건처럼 500억 원이 넘는 금액의 사고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사고가 한 번만 터져도 은행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은행권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더욱더 고도화하고 직원의 윤리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경탁 경남은행장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경남은행은 지난 3일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드러난 직원 횡령사고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는데요. 예경탁 행장은 "고객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은행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해 송구하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고객에게 조금의 피해도 없도록 할 것이며,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횡령 자금을 회수해, 은행 피해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예 행장은 "경남은행 전 임직원은 고객 신뢰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비장한 각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반드시 새롭게 거듭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경남은행은 제2의 횡령 사건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하고 부동산 PF와 같은 특수한 업무의 경우에도 순환근무를 시키는 등 사후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일각에서는 금융권 전반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감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요?
-네. 금감원이 횡령 사고가 처음 발생한 지난 2016년 이후로 경남은행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정기, 수시검사를 했음에도 이번 거액의 횡령 사고를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은행 이후에 당국에서 내부통제 관련 압박이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이런 일들을 예방할 수 있는 당국 정책과 사내 내부통제와 더불어 은행권 실무진들의 안일한 책임의식을 바꿀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횡령 사고 등이 발생해도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나 처벌은 여전히 지극히 미약한데요. 금감원도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까지 최대한 책임을 물어 제재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서 최고경영자를 제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네. 아직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앞서 6월 내부통제 관련한 사고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을 반영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개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횡령 사고의 근원을 '인간 본성'으로 꼽기도 했다면서요.
-네. 우리은행은 700억 원 규모의 대형 횡령 사고에 대해 '인간의 본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는데요. 이에 회사 시스템보다 직원 개인의 잘못을 탓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전재화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상무)은 지난달 20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내부통제 혁신방안 설명회를 마치고 "조기에 발견해서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건 역으로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인간의 본성을 못 이긴다"고 말했습니다. 장광익 우리금융지주 부사장도 "촘촘한 시스템을 뚫고 사건사고가 나는 걸 보면 인간의 본능이 무섭다"며 회사 시스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직원은 "횡령 사고를 인간의 본성 탓이라는 언급은 부적절한 것 같다. 그런 본성이 드러나지 못하게 더 촘촘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면서 "혹여라도 또 발생하면 윗분들이 (인간 본성 탓이라고) 미리 말하려는 방어막인지 씁쓸하다"고 고개를 연신 저었습니다.
-최근 은행의 업무상 횡령·배임 사건이 반복돼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인데요. 고치기 어려운 고질병이 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의 제재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