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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600억 횡령…금융권, 허술한 내부 통제에 인간 본성 탓까지
입력: 2023.08.03 13:00 / 수정: 2023.08.03 14:31

경남은행 투자금융 부서 직원, 562억 원 규모 횡령
우리은행, "횡령사고는 인간본성 때문" 발언에 일각에서 비판도


올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의 금액이 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횡령사고 발생으로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더팩트 DB
올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의 금액이 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횡령사고 발생으로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며 올해 금융사 횡령액이 역대 두 번째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600억 원대 횡령에 이어 또다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며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횡령 사고의 근원을 '인간 본성'으로 꼽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PF대출 횡령사고를 보고받고 현장검수에 착수해 562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경남은행 투자금융 부서 직원 A씨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면서 562억 원의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혐의가 적발되면서 올해만 은행권 횡령 사고는 600억 원에 육박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 사건은 경남은행을 포함해 11개사, 33건에 총 592억7300만 원이었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으로 금융권 전체 횡령액이 1010억 원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가장 많은 액수다.

은행권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 경남은행에서도 내부통제 부실 정황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고위험 업무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은행 투자금융 부서 직원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다. 15년 동안 한 곳에서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상환)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으로 5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빼돌린 것이다.

앞서 지난해 614억 원 횡령이 적발된 우리은행 직원 역시 기업개선부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해 왔다. 인수합병(M&A) 등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업무에 대해서 장기근속이 예외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PF대출 횡령사고를 보고받고 현장검수에 착수해 562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사진은 경남은행 본점의 모습. /경남은행
금융감독원은 2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PF대출 횡령사고를 보고받고 현장검수에 착수해 562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사진은 경남은행 본점의 모습. /경남은행

금감원은 경남은행 횡령 사고를 중심으로 은행 횡령 건에 대한 엄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임원들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에 내부통제 개선 지도를 유도했지만 횡령 사건이 다시 발생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중점적으로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라 횡령 사고가 나오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횡령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도 추락한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700억 원 규모의 대형 횡령 사고에 대해 '인간의 본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재화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상무)은 지난달 20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내부통제 혁신방안 설명회를 마치고 "조기에 발견해서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건 역으로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인간의 본성을 못 이긴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광익 우리금융지주 부사장도 "촘촘한 시스템을 뚫고 사건사고가 나는 걸 보면 인간의 본능이 무섭다"며 회사 시스템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뱉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회사 시스템보다 직원 개인의 잘못을 탓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당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 직원이 내부통제 관련 업무경력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임직원 인식 제고 및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더욱 '내부통제 강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서로 다른 영업점 직원이 불시에 교차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시재 검사를 강화했다. 사고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영업점에 대해선 상시감사도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일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 강화'에 초점을 두고 영업점 3년, 본부부서 5년 이상 장기근무 직원 대폭 교체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준법경영부를 신설하고 지역본부별 내부통제 팀장을 배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7일 조직개편에서 은행 내부 감사 조직 컨트롤타워인 '검사본부'를 신설해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하나은행도 충분한 내부통제 경력을 갖춘 인력이 업무 수행을 하도록 하고 영업현장의 내부통제 문화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의 일탈'을 미리 알기는 힘들다"면서도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에 따른 업계 신뢰도 하락에 무거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 업무에 대해 장기근속할 경우 횡령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큰 만큼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순환 근무로 인사를 내고, 내부통제 부서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더욱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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