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약 40억 원대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관련 상품 규모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13조 원이 넘어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이달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달 만기 도래 규모는 약 103억 원이며, 손실 예상 금액은 약 40억3000만 원, 손실률이 40% 수준에 이른다.

ELS는 기초자산과 연계하여 미리 정해진 상환 조건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은행들은 해당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이번에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약세를 지속한 영향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으나 현재 6000대를 횡보하며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내년이 더 문제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는 지난 2021년 집중 발행됐는데 ELS의 통상 만기가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만기 도래 상품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달 손실이 난 상품의 경우 2년 6개월 만기 상품이었다.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F·ELT 만기 도래 규모는 올해 하반기 81억 원(7월 손실분 제외)에서 내년 상반기 9조271억 원, 내년 하반기 4조5406억 원으로 늘어난다. 내년 만기 도래 규모만 13조5777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ELS에서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주가 수준을 의미하는 녹인(knock-in) 기준선은 최초 기준가격의 50~55% 선에서, 조기상환 기준선은 60~70% 선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상품의 경우 '녹인 배리어'에 진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은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만기 기간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일단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선 이번 원금 손실 사태의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다"며 "모든 금융 상품은 시장 리스크를 안고 간다. 적지 않은 금액인 것은 맞으나 현재 시점에서 내년 시장을 평가하기는 다소 이른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 점 등 아직 투자 심리 회복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며 "일단 시간을 두고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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