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대대적 변화…이름 바꾸고 새 회장 선임
4대 그룹 재가입 여부도 결정될 듯
김병준 "4대 그룹 재가입 데드라인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55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새 회장을 선임한다. 사진은 김병준 회장직무대행.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8월은 위상 회복을 노리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는 '운명의 한 달'이다. 과거를 씻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제단체로 환골탈태하기 위해 55년 만에 이름을 변경하고, 새 회장도 선임한다. 무엇보다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복귀가 이뤄진다면 위상 회복을 위한 전경련의 새 출발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재가입을 놓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4대 그룹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임시총회를 오는 22일 열 예정이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5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겠다"며 한경협으로 이름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실천하며 임시총회를 기점으로 '새 출발'을 공식화하는 셈이다. 한경협은 지난 1961년 전경련이 설립될 당시 사용했던 명칭으로, 단체는 1968년 회원이 160여 개사로 늘어나자 '회원과 활동이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대됐다'며 전경련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총회에서는 새 회장도 결정된다. 지난 2월 취임한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당초 6개월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는 류진 풍산 회장이 거론된다. 미국 정·재계와 친분이 깊은 '미국통' 류진 회장은 2021년 전경련 부회장직을 내려놨다가 최근 다시 돌아왔다. 이를 두고 전경련 회장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계 맏형' 자리를 되찾기 위해선 10대 그룹 안에서 차기 회장이 나와야 하고, 류진 회장은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장은 최태원 SK그룹(재계 서열 2위) 회장이다.
인선 작업과 관련해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최근 전경련·일본 경제동우회 만찬 간담회에서 "많은 분의 (회장) 추천이 있다"며 "다음 달 총회에 올려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 입장에서 '8월이 운명을 가를 중요한 한 달'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4대 그룹이 합류하지 않으면 '재계 대표' 역할을 맡는 건 어려워 보인다"며 "4대 그룹 복귀는 위상 회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전경련 요청에 따라 가입 건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더팩트 DB |
4대 그룹은 국정농단 기업 청문회가 열린 2016년 12월 초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고, 2016년 말과 2017년 초에 걸쳐 탈퇴를 공식화했다. 이후 한국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전경련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특히 2016년 당시는 500억 원에 달하는 연간 회비의 70% 이상을 4대 그룹이 부담하고 있을 때라 이들의 탈퇴는 치명상이었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적폐로 낙인찍혀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패싱 굴욕'을 겪기도 했다.
최근 들어 4대 그룹의 재가입 가능성이 제기된 건,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했으나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회원사 자격은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며 한경연을 흡수 통합, 자동으로 4대 그룹의 한경협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전경련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한경연 해산과 전경련으로의 흡수 통합 등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자동 복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대 그룹은 사실상 서류로만 회원으로 남아 있었다. 전경련도 4대 그룹의 한경협 가입을 위해선 관련 정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각사에 '가입 요청서'를 보낸 상태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4대 그룹과 이야기하고 있다. 가입 요청서를 보냈다"며 "그쪽도 프로세스가 있고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다. 4대 그룹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전경련과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 내부적으로도 한경협 가입 건을 8월의 '최대 이슈'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경우 준법감시위원회와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이달 중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휴가 기간인 8월은 비교적 내부가 조용한 편"이라며 "다만 올해는 전경련(한경협) 가입 건이 기업들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대 그룹은 아직 전경련 가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시 복귀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이에 전경련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8월 한경협 출범과 함께 가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계속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4대 그룹 재가입은 데드라인(마감기한)을 정해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