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가계대출 잔액 1062조3000억…역대 최대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대응' 관련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련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는 "우려스럽다"라고 반응한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가계부채 대응' 관련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14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 원 증가한 1062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올해 4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했는데 주담대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주담대는 7조 원 불어나 2020년 2월(7조8000억 원)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현재 가계부채는 경고등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와 자영업 위기 등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 수준이다. 미국(73%), 일본(65.2%), 중국(63.6%) 등 세계 주요 34개국 중 가장 높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가 계속되며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월 말(0.33%)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0.37%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8월(0.38%)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세를 보이자 한국은행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와 관련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게 되면 문제가 된다"며 "새로운 정보가 나왔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를 통해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가 계속되며 부실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더팩트 DB |
특히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서 "금통위원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 목표를 잡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올해 103% 수준을 80% 수준까지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반면 금융당국은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산 및 취약계층 지원 행사' 뒤 행사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했지만 비은행 주담대나 은행 신용대출은 감소세에 있다. (금감원) 예측 결과 연내에는 GDP 성장률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변동금리 위주의) 악성 가계대출 비중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고 추세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다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맞고, 큰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지켜봐야하는 것은 맞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인 만큼 불안감을 키우지 말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