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CEO 사장이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래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마곡=이성락 기자] "'가전은 LG'라는 말이 자랑스럽지만, 그것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조주완 사장은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단계 더 성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선 기존 사업 방식이 아닌 '새로운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으로, 조주완 사장은 추후 '가전 명가'가 아닌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불리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조주완 사장은 "앞으로 LG전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최고 가전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사업 모델과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도약하는 담대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글로벌 시장은 인플레이션, 소비 침체 등 불황을 겪고 있다. 또 시장에서는 탈탄소, 디지털 전환 등의 요구가 강해지고 있고, 고객들은 경험 소비와 같은 관계 중심의 소비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며 "이전까지 없던 사업 환경으로의 변화가 점차 가속화되는 추세다. LG전자도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주완 사장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3대 신성장 동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시한 키워드는 △비하드웨어(Non HW)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 등이다.

재무적으로는 2030년 연평균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 가치 7배 이상 등 '트리플 7'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지난해 65조 원(LG이노텍 제외) 수준인 매출액 규모를 100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 포트폴리오 대전환

먼저 LG전자는 고객 접점과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3대 축으로 △Non HW 사업 모델 혁신 △B2B 영역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 등을 중점 추진한다. 2030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이들 3대 축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50조 원 이상이다. R&D 25조 원 이상, 설비 17조 원 이상, 전략 7조 원 등 투자를 통해 사업의 질적 성장을 이뤄낸다는 계산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HW 중심 사업에 콘텐츠·서비스, 구독, 솔루션 등 무형의 사업을 더 해 수익을 지속 창출하는 순환형 모델로 혁신을 꾀한다. 전 세계 고객이 사용 중인 수억대 LG 제품에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 관계 중심 사업 모델을 만드는 시도다.

대표적으로 스마트TV를 구동하는 웹OS 운영체제를 꼽을 수 있다.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에 콘텐츠·서비스·광고 영역을 더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업체'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광고 기반 무료방송 LG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5년간 1조 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다. 또 외부 TV 브랜드에 웹OS 플랫폼 공급을 늘리고, TV 외 다른 제품군으로 웹OS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생활가전도 서비스 기반 포트폴리오로 전환한다. 구매 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UP)가전을 더 진화시키며 초개인화, 구독, 스마트홈을 접목하는 HaaS(Home as a Service)를 지향점으로 한다. 기존 가전제품 경쟁력에 고객이 홈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더 해 집 안 전체를 아우르는 홈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한다.

가전 렌탈·케어십 사업도 확장한다. 제품의 유지·관리나 세척뿐 아니라 집 안 공간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는 형태다. 최근 5년간 LG전자의 렌탈·케어십 서비스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30%를 넘어선다.

조주완 LG전자 CEO 사장이 2030년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 B2B 사업 성장 속도

LG전자는 B2B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낸다. 전장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액을 2배 이상 키워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톱10 전장업체로 육성할 계획이다.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도 2030년까지 매출액을 2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연구개발부터 생산, 영업, 유지 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를 구축한다.

빌트인 가전의 경우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공략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톱5 브랜드로 키운다.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버티컬(특정 고객군)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

◆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 육성

LG전자는 지난 수년간 시장 현황과 사업 모델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휴대전화, 태양광 등의 한계 사업을 과감히 종료하는 대신 미래 고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 왔다. 향후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높은 잠재력이 예상되는 신사업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NAIC)를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간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원격의료기업 암웰과 함께 북미에서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추후 예방·사후관리 영역으로 사업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단순 충전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관제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LG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이비차저를 통해 국내향 제품 4종을 출시했으며, 내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올해 안에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추가 생산기지 구축도 시작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영역에서는 폭넓은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한다. 혼합현실(MR) 기기는 글로벌 유력 플랫폼사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증강현실(AR) 기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R 글라스 고도화·콘텐츠 제작 생태계 구축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 ESG 경영 강화 노력

이날 조주완 사장은 ESG 경영을 지속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ESG 경영 활동의 비전인 '모두의 더 나은 삶'을 기반으로 6대 전략 과제를 도출해 실행한다.

6대 전략 과제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 추구 △폐기물 재자원화로 순환 경제 구축 △환경을 고려한 제품·서비스 개발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강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조직 △모두에게 편리한 제품·서비스 개발 등이다.

조주완 사장은 "LG전자는 기업 시민으로서 모두의 더 나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고객이 LG전자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환경에 기여하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등 새로운 차원의 ESG 고객 가치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