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준 663원 마감
금융당국이 SK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주가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신 각자 대표이사(오른쪽)에 대한 책임론도 일고 있다. /윤정원 기자, SK증권 |
동전주란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일컫는 말이다. 현시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0여 개의 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개 이상이 동전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전주는 주가가 낮을 대로 낮기 때문에 통상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동전주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해소되거나 강력한 테마주가 되는 경우 급등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커 투자에 유의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동전주는 값이 싸서 비교적 접근성도 높고 적은 돈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어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잦다.
'대박'과 '쪽박', 이름에 걸맞게 동전의 앞뒷면을 지닌 동전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종목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띈 종목까지, <더팩트>는 현시점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중소형 증권사인 SK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현장검사가 시작됐다. 이미 동전주에 머무르고 있는 SK증권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어 소액주주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SK증권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SK증권이 고객의 투자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투자손실 보전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SK증권이 합의금 또는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약 100억 원으로, 올해 SK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124억 원)의 80% 수준이다. SK증권 측은 "회사의 잘못을 인정해서 고객과 한 합의일 뿐 손실보전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SK증권의 해명에도 금감원의 현장검사가 예고된 때부터 SK증권의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4일부터 SK증권의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 마감 기준 하락률은 △4일 0.15% △5일 0.59% △6일 0.74% △7일 1.63% 등으로, 계속해 낙폭이 커졌다. 10일 종가는 663원에 그쳤다. 지난 2015년 4월 24일 1875원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현시점 주가는 3분의 1토막이 났다. 11일 SK증권은 전 거래일(663원) 대비 2원 하락한 661원으로 문을 열었다.
올해 2월 2일 1062원을 호가하며 잠시나마 동전주에서 벗어났지만 현재는 악재만 안고 있다.
SK증권은 채권 돌려막기 논란 전에도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로 홍역을 치렀다. CFD 서비스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하한가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SK증권은 지난달 28일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CFD 서비스를 이달 28일 이후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IPO(기업공개) 시장에서도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 5월 SK증권은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씨유박스의 상장 주관사로 나섰다. SK증권이 주관 실적을 기록한 것은 2018년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이후 5년 만이다.
그러나 SK증권은 계약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 부문의 성과를 미래실적에 대거 포함시키며 IPO 몸값을 구하는 무리수를 뒀다. 결국 씨유박스는 IPO 일정이 겹쳤던 모니터랩과는 극명하게 차이 나는 성과를 거뒀다. 씨유박스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86대 1에 불과한 반면, 모니터랩은 1716대 1에 이르렀다. 이후 이어진 일반청약 때도 씨유박스(53대 1)와 모니터랩(1785대 1) 경쟁률 격차는 상당했다.
SK증권은 현재 신용등급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증권의 신용등급은 A를 유지하고 있으나 신용등급 전망은 지난 4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증권사는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두 곳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SK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이유로 △높은 고정비 비중과 비경상 비용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부진 지속 △시장지위 저하된 수준 유지 △지분투자·우발채무 확대로 인한 자본적정성 저하 등을 들었다. 하방 압력과 관련된 내용이나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음 신용등급 평가에서 SK증권은 신용등급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김신, 전우종 SK증권 각자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SK증권이 저조한 실적 속에서도 경영진 배불리기에만 혈안이 돼있고, 투자자들은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SK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 1조2507억 원, 영업이익 179억 원, 당기순이익 86억 원을 시현했다. 전년 동기와 견주면 영업이익은 329억 원, 당기순이익 328억 원이나 줄었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회계연도(FY) 2019년 이후 이어진 자산운용사 지분취득, 캐피탈 콜을 통한 사모펀드(PEF) 출자 , MS 저축은행 인수, 자기주식 취득이 자본완충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SK증권은 2021년 이후 수정 순자본비율(NCR) 이 250% 미만으로 하락했다. 2022년에도 자회사 유상증자, 우발채무 및 파생결합증권 잔액 증가로 재무부담이 확대돼 자본적정성이 저하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짚었다. 정효섭 책임연구원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적정성 지표를 관리하고 있으나,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투자자가 모인 증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무능력한 경영진을 교체해야 한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다수의 소송 패소, 부적절한 상품 투자로 인한 합의금 남발, 부진한 실적 등 정상적 경영은 포기한 회사로 보인다", "대표 연봉이 최상위권인 데다 스톡옵션까지 있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김신 대표는 전문경영인(CEO)이 이끄는 증권사 중 연봉이 6번째로 많다. 김신 대표의 경우 지난해 기본급여 12억 원과 상여 5억5800만 원 등 총 17억6200만 원을 총보수로 챙겼다. 김신 대표는 이연성과급이 줄면서 전년 대비 상여금이 40.5% 감소했으나, 기본급은 20% 늘었다.
투자자들의 불만과 관련해 SK증권 측은 '정성과 최선의 기업문화'를 근간으로 고객을 향한 마음을 모아 금융소비자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SK증권 측은 "증권회사 고유 영역인 자산관리와 투자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 Digital 사업에 계속 도전하고, ESG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K증권 측은 당사의 액면가는 500원이라는 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증권은 비상장사 25곳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자산은 6조4648억 원, 자본은 6413억 원이다. SK증권의 직원은 도합 95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