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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30년 만에 TV수신료·전기요금 분리…언론단체 "군사작전 같은 '묻지마 개정'"
입력: 2023.07.05 13:52 / 수정: 2023.07.05 13:52

방통위,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명령에 관한 사항' 의결
입법예고기간 고작 열흘…KBS·언론계 반발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행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 방송의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명령에 관한 사항을 의결했다. /더팩트DB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 방송의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명령에 관한 사항'을 의결했다. /더팩트DB

[더팩트|최문정 기자] 지난 1994년 도입돼 약 30년 동안 유지돼 온 공영방송의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KBS와 EBS 등 방송사의 수신료는 전기료와 별개로 고지·징수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개정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했지만, 야권과 언론 단체들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길들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EBS 등 공영 방송의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명령에 관한 사항'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의원 등 2인의 동의와 김현 상임위원의 반대로 3명 중 2명의 동의로 가결됐다.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은 1994년 도입됐다. 이에 따라 텔레비전수상기를 가진 국민은 월 2500원을 납부해 KBS와 EBS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전력공사가 위탁징수하고 있다.

방통위 측은 "지금까지는 TV 수신료 납부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합산돼 수신료 징수의 이의신청, 환불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TV 수신료에 대해 국민들이 납부의무여부를 명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은 KBS의 재원에는 기여했지만, 국민들이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는 선택권도 갖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방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방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30년 만에 바뀌는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에 야권과 언론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개정안이 통과돼도 국민들의 공영방송 수신료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개정안이 마련되고 통과되는 절차에서 미흡한 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치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논의는 지난 3월9일부터 4월9일까지 한 달간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관련 국민참여토론을 실시하며 시작됐다. 이후 이 토론 결과에 따라 지난 6월5일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한 이행방안 마련'을 권고하면서 본격화됐다. 방통위는 지난 6월 14일 권고 내용에 대한 전체회의 논의를 거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고, 관계부처 의견조회, 입법예고 등을 거쳐 이번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문제는 입법예고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이다. 법제처가 안내하는 정부입법절차에 따르면, 입법예고기간은 약 40~60일로 정해져 있다. 단, 입법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나 입법 내용의 성질 기타 사유로 예고가 필요 없거나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법제처장과 협의해 예고를 생략하거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경우, 고작 열흘 간의 입법예고기간을 둬 다양한 입장을 법령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이 추천한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날 전체회의 직후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방통위원 2명의 의결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며 "위원장의 직권 남용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원회는 이미 형해화됐다, 공영방송의 재원 문제를 졸속 처리하는 것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3일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 전체 회의 의결 안건으로 상정한 것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간사(왼쪽에서 3번째)를 비롯한 위원들이 5일 정부 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에 앞서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항의 방문했다. /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간사(왼쪽에서 3번째)를 비롯한 위원들이 5일 정부 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에 앞서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항의 방문했다. /뉴시스

이날 오전 방통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오전 과천 방통위에 항의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은 치사하고 비겁한 방송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승래 의원은 "시행령을 개정해도 TV수상기를 등록한 국민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수신료 징수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국민의 편익이 증진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수신료 부담을 줄이겠따면 차라리 납부 의무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이어 "KBS는 장애인 방송과 재난방송 등 유사 상황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라며 "유사시 KBS의 역할을 누가 대신할 수 있는 지 등 분리징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KBS 역시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일반적인 입법예고 기간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한 10일 동안만 입법예고하고 통과시켰다"며 "행정입법에 필요한 사전영향평가나 규제심사, 법제처장 협의가 이뤄졌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당국은 입법예고 기간 제출된 국민 의견과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나온 분리 징수를 향한 우려를 경청해달라"며 "긴박한 진행을 멈추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요구했다.

KBS는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26일에는 입법예고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것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단체는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법률로서 독립을 보장받은 합의제 기구라는 체면을 내던진 채 공영방송 장악에 혈안이 되어있는 윤석열 정권의 지시를 하달받아 군사작전처럼 수신료 분리고지를 밀어 붙이고 있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방송법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아랑곳 않는 묻지마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언론단체는 앞서 지난 4일에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분리고지 추진의 위법성을 지적한 뒤 이에 관한 방송법 개정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편,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차후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개정 시행령을 공포해 시행할 수 있다. 방통위는 KBS와 수신료 징수업무 수탁자인 한국전력공사가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조속히 협의해 제도 시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점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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