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희비 갈릴 듯
반도체 불황에 SK하이닉스 적자 예상
현대차·기아, 영업익 1·2위 달성 전망
올해 2분기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별 실적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증권사가 내놓은 추정치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에도 기업별 희비가 크게 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불황 장기화로 인해 지난 1분기부터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삼성전자는 경쟁사 LG전자의 영업이익을 앞지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 이유로 반도체가 주력인 SK의 실적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또 한 번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등 축제 분위기다.
◆ LG전자, 2분기에도 삼성전자 영업이익 뛰어넘나
5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시장은 지난 1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뛰어넘을지 주목하고 있으며, 두 회사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을 고려했을 때 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실적 발표 시점에 다다를수록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지난달 이익적자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최근 2000억~40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KB증권은 9012억 원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전분기 6400억 원보다 약 40% 증가한 수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20% 늘어나 예상보다 빠르게 원가 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실적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년 2분기 매출 77조2036억 원, 영업이익 14조971억 원을 기록했다. 관심사는 실제로 전분기 대비 개선된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지 여부로, 이 부분이 확인된다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통과했고, 삼성전자 실적 또한 이미 1분기에 바닥을 쳤다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가전과 전장 사업의 호조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96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할 전망이다. 당장 이익에 기여하는 사업 부문은 가전으로, 올해 2분기 생활가전(H&A)사업본부가 6000억~7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LG전자는 1분기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증권사 전망대로라면 2분기에도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속에서도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선전과 볼륨존(중저가 시장) 시장 점유율 확대, 시스템 에어컨 수요 증가로 이익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LG그룹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 15조7419억 원, 영업이익 891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6%, 1.5% 증가한 수준이다. 좀처럼 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첨단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와 양극재 부문 선전 등으로 상쇄시킬 전망이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2분기 다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
◆ 반도체 불황 장기화…SK하이닉스 적자 이어질 듯
4대 그룹에서는 SK그룹의 표정이 가장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불황에 따라 그룹 최고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하이닉스가 주춤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경기 침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10년 만에 분기 기준 영업손실(1조701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3조4023억 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적자 예상치는 2조 원이 넘는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34% 증가한 6조8000억 원, 영업손실은 2조3000억 원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고용량 DDR5, 고대역폭 메모리와 같은 고부가 제품 침투율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확실한 DDR5 점유율 1위를 지속할 수 있어 업황 반등 구간에서 가파른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다른 주력 사업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사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정제마진 악화로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3% 줄어든 392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신사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4800억 원으로, 4596억 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 현대차·기아, 2분기도 영업익 투톱 예약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 예정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증권가 추정치로는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삼성전자를 제치고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2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앞서 1분기에도 각각 영업이익 3조5927억 원, 2조8740억 원을 기록,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2위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두 회사 모두 역대급이었던 1분기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 39조9340억 원, 영업이익 3조6089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0.9%, 21.1% 증가한 수치다. 기아는 전년보다 16.7% 늘어난 25조5224억 원의 매출, 영업이익은 33.4% 오른 2조9801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러한 호실적은 지난해 완성차 업계에 부담을 준 반도체 수급난 이슈가 해소되며 생산량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친환경차 등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가 늘어났다. 현대차가 지난 3일 공시한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0.8% 늘어난 208만1462대였다. 기아는 11% 증가한 157만5920대 판매로 집계됐다. 기아의 경우 상반기 기준, 1962년 자동차 판매 시작 이래 사상 최대치다.
자동차 업계와 증권가에선 현대차·기아의 순항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기아 연간 합산 영업이익 20조 원 첫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북미에서 판매 증가가 지속될 수 있어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등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할 것"이라며 "상품성이 뛰어난 신차를 지속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