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실적 풍향계' 마이크론, 시장 예상치 웃돈 실적 발표
6월 D램 가격 하락폭 줄어…낸드플래시는 안정세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을 겪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악을 통과했다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
[더팩트|최문정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악을 지났다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칩셋 위주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는 가운데, 공급과잉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감산을 지속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2023 회계연도(3~5월)에 매출 37억5200만달러(4조9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36억5000만 달러보다는 1억 달러 이상 높은 실적이다.
마이크론은 통상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곧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실적을 향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최악의 업황을 통과했다고 자신했다.
메흐로트라 CE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저점을 통과했다고 믿으며, 업계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점차 회복되며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계는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지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방어하기 위해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며 감산 조치에 나서왔다. 업계 2위와 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위적인 D램 감산 조치에 나섰고, 삼성전자 역시 올해 일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최악을 통과한 메모리 반도체가 하반기부터 반등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삼성전자 |
업계의 노력에 D램의 하락폭은 점차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6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5월보다 2.86%포인트 떨어진 1.36달러로 집계됐다. 4월 19.9%, 5월 3.45%에 비하면 낙폭이 크게 줄었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먼저 가격 하락폭이 안정됐다. 지난달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82달러로 집계돼 5월과 동일했다. 낸드플래시는 3월 5.12%, 4월 2.93%씩 하락한 데 이어 두 달 동안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 전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2분기 3~4조 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 손실을 2조9997억 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올해 2분기 최악을 지난 만큼, 양사의 하반기 반등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은 이미 1분기에 바닥을 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올해 4분기부터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에 삼성전자의 HBM3 공급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올 3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고, 출하 수요가 저점을 지나면서 가격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고자산평가손실도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실적 개선 속도가 업황 회복 속도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