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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급등→시공권 자진 포기하는 대형 건설사 속출
입력: 2023.06.27 14:29 / 수정: 2023.06.27 14:29

시공 원가율 급등에 사업성 고민 '배가'
도급순위 최상위 건설사도 수주 포기↑
'매출감소·잉여인력·주택공급' 악순환 걱정


자재값 상승과 사업성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수주를 포기하거나 시공권을 박탈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 공사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 /권한일 기자
자재값 상승과 사업성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수주를 포기하거나 시공권을 박탈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 공사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 /권한일 기자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건설사들이 수주와 착공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재값 상승과 사업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자진해서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비 인상 요구 후 시공권을 박탈 당하는 건설사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향후 건설기성 감소와 주택 공급 차질 등 악순환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과천역 초역세권 정비 사업지인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DL이앤씨는 지난 10개월간 이 단지 시공권 확보를 위해 공을 들였지만 시장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DL이앤씨는 조합 측에 "최근 건설경기 및 수주환경 등 외부 상황에 여러 변화가 있었고 수주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부득이하게 재건축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이곳 외에도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거나 향후 조합 총회 결과에 따라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는 현장은 부지기수다. 일례로 삼성물산과 DL이앤씨가 시공 중인 '북아현2구역'은 공사비 인상을 놓고 시공단과 발주처인 재개발 조합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시공단은 지난해 3.3㎡당 공사비 490만 원에서 올해는 75% 인상된 859만 원을 제시했고 조합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또 서초구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에서도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조합 간 막바지 조율이 진행 중이다. 일단 시공비 1130억 원 추가 지급안이 조합 총회에 상정된 가운데 오는 30일 열리는 총회 결과에 따라 당초 8월 말로 예정된 입주가 연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 촉진 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지난 17일 열린 임시 총회에서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2015년 가계약 당시 공사비가 3.3㎡당 549만 원이었지만 GS건설은 공사비 상승과 공사 난이도 등을 내세워 987만 원으로 올려 줄것을 요구했다. 조합 측은 807만 원을 제시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삼성물산)와 발주처(조합) 간 막바지 조율 중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현장. /권한일 기자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삼성물산)와 발주처(조합) 간 막바지 조율 중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현장. /권한일 기자

또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은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포기했다. 이 밖에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은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롯데건설만 단독 응찰해 유찰됐고 서울 중구 신당9구역은 건설사들이 입찰에 하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앞다퉈 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소위 '돈 되는 사업지' 외에는 시공권 응찰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기존 확보한 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업계의 이 같은 기조는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는 몇년 뒤 건설기성(시공실적) 하락과 매출 감소에 따른 인력 배치 문제, 실업률 증가,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 경쟁이 치열하던 과거에 맺은 시공 계약으로 최근 건설사 대부분은 매출이 올랐지만, 원가 급등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면서 "이와 반대로 수주 기피가 계속되면 매출이 줄면서 현장 정규직 인력 배치 문제와 비정규직(PJT) 계약 연장 불발에 따른 실업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 수주액이 공공건축 부문을 제외하면 전 부문에서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며 "주거용 건축 수주에서는 신규주택 부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었고 작년 10월부터는 50%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입주는 분양 뒤 2~3년 후이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이 위축됐다는 점에서 2024년 이후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12만3371가구, 착공 실적은 6만7305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3.3%, 43.2% 줄었다. 또 올해 1분기(1~3월)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은 전년 대비 각각 23.0%, 36.2% 감소했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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