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폭탄'
강남3구 일대에 내년 초까지 총 1만2000가구 가량의 입주 물량이 몰렸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모습. /더팩트 DB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입주물량이 몰린 강남3구 일대에 전세가격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연초 대단지 입주로 전세가격이 서울 평균보다 가파르게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고점기인 지난 2021년 전세 계약을 맺은 입주 예정자들이 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면 전셋값 내림 폭이 크게 체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총 3917가구 규모다. 이어 내년 1월에는 7741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부터 약 6개월의 짧은 기간동안 약 1만2000가구의 입주가 이어지는 것이다.
통상 대단지의 입주가 있는 지역은 전세시장의 공급이 한번에 이뤄진 충격으로 가격이 출렁인다.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기한 내에 찾지 못하면 호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또 입주 단지 일대에서 전세로 거주하면서 입주시기를 기다리던 전세 수요가 빠져나가기도 한다. 입주 시기에 맞춰 새 아파트에 이사하려는 전세수요뿐 아니라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도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남3구 전세 시장은 단기간 동안 대단지 입주가 몰려, 한동안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모습. /배정한 기자 |
실제로 올해 2월 말부터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입주가 시작되자 일대 아파트 전세가격이 크게 내리기도 했다.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총 3375가구 규모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2월 입주시기 당시 7억 원에 최저가를 찍었다. 이는 최근 가격의 반토막 수준이다. 다만 가격은 빠르게 회복돼 동일 면적 아파트가 지난 10일 13억5000만 원에 신고가를 썼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강남·송파·서초구의 평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각각 46.4%, 46.5%, 49.7%로 집계됐다. 집값 대비 전세가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66.3%와 서울 평균치인 52.8%와 비교해도 낮은 전세가율이다.
전세가격 약세도 두드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강남구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9억4540만 원으로, 올해 1월 10억1777만 원 대비 7200만 원가량, 7.1% 내렸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 하락세보다 가파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4346만 원에서 5억1071만 원으로 6.4% 떨어졌다.
강남3구에는 올해 하반기에 이어 내년 초까지 대단지 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올해 11월에는 서초구 '반포원베일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총 299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이어 총 6702가구에 달하는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역시 내년 1월 입주한다. 올해 하반기 강남구와 서초구에 총 3개 단지, 내년 상반기 동남권 전체에 5개 단지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로 인한 강남지역의 전세시장 약세를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사를 앞둔 전세 계약이 부동산 가격 고점기였던 지난 2021년 체결돼 낙폭이 클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울 전반에서 입주물량이 줄면서 빠른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내년 1~2월 동남권에 총 8400가구 가량 입주가 예정돼 있어 이에 대한 전세시장의 충격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내년 하반기까지 더하면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이 올해 대비 800가구 가량 줄어 상반기 고비만 넘기면 전세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 2021년 높은 전세가격에 체결된 거래들이 최근 시장의 약세와 입주물량 여파 등으로 떨어진 전세가격으로 내릴 경우, 전셋값 낙폭이 클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은행 금리의 하락세와 이미 조정된 전세가격 등은 향후 입주로 인한 낙폭을 상쇄할 수 있는 요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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