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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레전드' 정재봉 회장, 골프웨어 성적표 보니…'기대 컸는데'
입력: 2023.06.23 00:00 / 수정: 2023.06.23 11:54

정재봉 회장의 사우스케이프, 골프웨어 5조 시장에서 1% 수준도 못미쳐

한섬 창업자 정재봉 회장이 이끄는 사우스케이프의 지난해 패션부문 매출액은 약 220억 원으로, 작년 5조 원을 돌파한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의 1%도 못미치는 약 0.4% 수준이다. /뉴시스, 사우스케이프 홈페이지
한섬 창업자 정재봉 회장이 이끄는 사우스케이프의 지난해 패션부문 매출액은 약 220억 원으로, 작년 5조 원을 돌파한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의 1%도 못미치는 약 0.4% 수준이다. /뉴시스, 사우스케이프 홈페이지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당장은 글쎄."

'패션계 레전드'라 불리던 한섬 창업주 정재봉(82) 회장의 명성이 골프 어패럴 시장에서 언급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3년 전 언론의 집중 조명 속에 패션업계 복귀 소식을 알린 정재봉 회장은 그동안 골프웨어 프리미엄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를 론칭하고 사업을 전개해 왔지만 업계가 인정할 만큼의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일각에선 '타임' '시스템' '마인'등 의류브랜드를 내놓는 족족 히트를 쳤던 정재봉 회장의 사업수완이 골프웨어에서는 발휘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나왔다. 아울러 '레전드'의 화려한 복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23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사우스케이프의 지난해 패션부문 매출액은 약 220억 원으로, 지난해 5조 원을 돌파한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의 1%도 못미치는 약 0.4% 수준이다.

국내 골프웨어 유통업에 종사중인 한 관계자는 "골프복 한 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급 브랜드는 잘 팔면 1000억 매출도 거뜬하게 올린다"며 "하이엔드급 브랜드가 연 20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는 건 상대적으로 많이 팔지 못한 수준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우스케이프몰은 페이지 전면에 70만 원 대 골프 의류를 장황하게 소개하고 있다. 티셔츠 한 벌 가격도 최소 수십만 원이 훌쩍 넘는데, 사우스케이프 골프웨어들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이엔드급으로 통한다.

사우스케이프는 현재 정재봉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골프 리조트 '사우스케이프'와 동일한 이름으로, 아내이자 디자이너인 문미숙 씨와 함께 지난 2020년 론칭한 골프웨어 프리미엄 브랜드다. 아들 정형진 씨가 이 회사의 사내이사이자 주주(7.58%)로 구성돼있다. 작년까지 사우스케이프 리조트 직영점과 서울 청담동 도산공원 직영점, 그리고 온라인몰 '사우스케이프숍'을 통해서만 판매해 왔지만, 지난 4월부터 현대무역점을 필두로 현대판교점, 롯데본점, 갤러리아웨스트점 등의 백화점에 입점해 영업 중이다.

사우스케이프가 지난해 골프웨어로 벌어들인 매출은 약 220억 원으로, 론칭 첫해인 2020년 달성한 36억 원의 매출과 비교해 큰 폭의 성장이다. 또 이들의 주력 사업인 골프리조트(44%) 매출 비중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재봉 회장 입장에선 고무적인 성과로 남는다.

그러나 이같은 성적표에 있어서 정재봉 회장과 동종업계간에는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웨어 종사자들의 눈에 비친 정재봉 회장의 행보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업계 관계자들은 "정재봉 회장은 패션계의 신화 같은 존재 아니겠느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타임' '시스템' '마인' 등 유명 의류브랜드로 한섬을 굴지의 패션기업으로 키워낸 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약 4200억 원에 매각한 정 회장의 지난날에 대한 긍적적인 평가다.

다만 론칭 3년 차에 접어든 골프웨어 브랜드 사우스케이프가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정재봉 회장의 역량을 의심케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에서 사우스케이프의 인지도가 폭발적이거나 점유율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가뜩이나 내수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점유율 확대를 위해 어떤 능력을 보일 지 궁금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재봉 회장 입장에선 이같은 시장 평가에 반박할 여지는 있다.

2012년 한섬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수도 계약서에 적시한 겸업금지조항을 지키기 위해 정재봉 회장은 공격적인 사업 전개를 피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우스케이프 골프웨어는 2020년 론칭 당시 퍼블릭골프장 사우스케이프CC 내 직영 매장과 서울 청담동 도산공원앞 도산점 직영 매장을 통해 브랜드를 조용히 알리기 시작했다.

패션을 강조한 퍼포먼스 골프웨어란 콘셉트로 젊은 골프족을 공략한 사우스케이프는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쇼핑몰까지 진출했지만, 오프라인 시장 파이를 키우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지금까지의 매출 성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우스케이프 측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우스케이프 골프웨어는 2020년 론칭 당시 퍼블릭골프장 사우스케이프CC 내 직영 매장과 서울 청담동 도산공원앞 도산점 직영 매장을 통해 브랜드를 조용히 알리기 시작했다. /사우스케이프몰 홈페이지
사우스케이프 골프웨어는 2020년 론칭 당시 퍼블릭골프장 사우스케이프CC 내 직영 매장과 서울 청담동 도산공원앞 도산점 직영 매장을 통해 브랜드를 조용히 알리기 시작했다. /사우스케이프몰 홈페이지

정재봉 회장은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으로부터 겸업금지 해제 동의를 얻어낸 뒤 지난 4월부터 현대무역점을 필두로 현대판교점, 롯데본점, 갤러리아웨스트점 등의 백화점에 입점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겸업금지'란 족쇄를 푼 정재봉 회장의 사우스케이프는 백화점에 입점돼 영업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무역점과 현대판교점 사우스케이프 매장의 평균 매출은 약 3억 원대로 4월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매장은 4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1억 원을 갓 넘긴 수준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년간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 났다던 브랜드에 만족할 만한 성과인 것인가는 의문을 남긴다.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업계 관계자는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웨어 프리미엄 브랜드)지포어는 사우스케이프와 비슷한 시기에 국내 론칭한 신규 브랜드임에도 매년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각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도 정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만큼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봐 단순히 (사우스케이프가)후발주자가 갖고 있는 핸디캡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프리미엄 브랜드 지포어는 지난해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1년 여름 시즌부터 코오롱FnC가 미국 본사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골프의류 라인을 직접 생산중이다.

미국 패션브랜드란 이점 외에는 골프족에게 생소했던 지포어가 론칭 첫해부터 주요 백화점 매장 매출 순위에서 타이틀리스트, PXG, 제이린드버그, 나이키, 테일러메이드, 풋조이, 파리게이츠, 왁, 볼빅 등의 인기 골프웨어 브랜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내 패션업계 레전드로 불리며 적잖은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재봉 회장이 이끄는 사우스케이프의 성과와 비교되는 행보다.

'정재봉 회장은 과연 복귀에 성공할까'란 의문이 패션업계의 화두로 떠오른지 1년이 지났다. 사우스케이프의 백화점 진출 성적표는 정 회장이 족쇄를 풀고 첫 단행한 사업 전략의 성과인 만큼 업계가 관심있게 들여다 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이후 30~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해외 여행이 급증하고 있고, 야외 활동도 늘면서 국내 골프웨어 시장 수요는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덩달아 골프웨어 시장 수요도 가파르게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 DB
전문가들은 엔데믹 이후 30~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해외 여행이 급증하고 있고, 야외 활동도 늘면서 국내 골프웨어 시장 수요는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덩달아 골프웨어 시장 수요도 가파르게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 DB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국내 골프 수요가 줄게 되면서 정 회장의 골프웨어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올 1분기 골프웨어 입주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약 7% 성장에 그쳤고, 롯데백화점 올 1분기 골프웨어 입주점 매출 신장률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이후 30~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해외 여행이 급증하고 있고, 야외 활동도 늘면서 국내 골프웨어 시장 수요는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일본 골프 이용료가 국내 보다 훨씬 저렴해 일본으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사례가 늘다보니 그만큼 국내 골프 수요가 많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골프장을 찾았던 20~30대 여성들은 이제는 골프장을 등지고 해외로 나가거나 좀 더 손쉽고 저렴한 운동을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최근 몇년간 국내 골프시장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신규 20~40대 골프 이용자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지속해서 즐기기엔 골프나 의류 모두 너무 비싸다.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결국은 골프 수요가 줄면서 의류 시장 거품 역시 빠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press0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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