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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웹툰' 성급했나…네이버-카카오, 거센 반발에 '화들짝'
입력: 2023.06.08 16:02 / 수정: 2023.06.08 16:02

웹툰 작가·지망생 중심으로 AI 활용 웹툰 거부 운동
네이버·카카오 "사회적 합의에 맞춰 가이드라인 마련할 것"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연재처인 도전만화에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을 반대하는 보이콧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페이지 캡처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연재처인 '도전만화'에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을 반대하는 보이콧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페이지 캡처

[더팩트|최문정 기자] 웹툰업계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입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웹툰 작가들과 지망생들은 AI를 웹툰에 활용할 경우, 저작권과 고유 그림체 등의 특징이 도용당할 수 있다며 거부의 뜻을 밝히고 있다. 국내 최대 웹툰 연재처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페이지 역시 AI의 웹툰 활용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연재 창구인 '도전만화'에는 약 80개의 'AI웹툰 보이콧' 작품이 올라와있다. 이 작품들은 AI에 빨간색 금지 표시를 섬네일로 통일했다. 작품을 클릭해보면 "인간은 모방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가지만 AI는 복제한 데이터를 짜깁기 할 뿐"이라는 구호가 노출된다.

한 아마추어 웹툰 작가는 "작가 지망생들이 많이 모이는 트위터 등의 사이트에서 함께 생성형 AI를 웹툰에 활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이 나와 동참하게 됐다"며 "애써 그린 그림이 AI 학습 데이터로 무단 활용될 수 있다는 걱정에 참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최근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의 시대가 본격화되며 창작의 영역인 웹툰 제작에도 AI 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지난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웹툰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재창조한 '만찢 AI 섬네일' 콘셉트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 이벤트는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만화로 그려진 인기 캐릭터를 마치 사람처럼 보여줘 이목을 끌었다.

네이버웹툰의 AI 활용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달 연재를 시작한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1화가 공개되면서다. 이 작품은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를 그대로 따온 듯한 그림체와 어색한 구도 등으로 인해 AI를 활용해 그린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며 '별점(작품 평점) 테러'를 받았다.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지상최대공모전' 1차전 당시에도 AI활용에 제한을 두지 않아 뭇매를 맞았다. 이후 네이버웹툰은 공모전 2차전부터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 창작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현재 회사에서는 작품 창작에 있어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않는 방향을 지향하고, 창작자들에게도 이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향후 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과 AI 창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이해 마련을 바탕으로 웹툰 콘텐츠 제작에서의 AI 활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팩트DB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향후 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과 AI 창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이해 마련을 바탕으로 웹툰 콘텐츠 제작에서의 AI 활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팩트DB

이러한 가운데 카카오웹툰은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이라는 주제의 게릴라 공모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 공모전은 30화 분량의 시놉시스를 포함한 작품 기획서, 1화 완성 원고, 2화 그림 콘티, 캐릭터 시트뿐만 아니라 작가가 직접 그림이나 콘티를 짠 인증 자료를 첨부할 것을 요구한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웹툰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은 앞서 열린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다양한 공모전처럼 게릴라성으로 연 공모전의 일환이다"라며 "타 공모전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웹툰 창작 과정에서의 AI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작권 때문이다. 통상 AI가 자연스러운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매우 많은 양의 일러스트, 만화, 인물 등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의 그림이 데이터 학습에 무단 도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서는 창작자 3명이 합심해 생성형 AI 개발사 미드저니, 스테이빌리티 등이 자신들의 저작권을 허가없이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이유로 고발했다.

이들은 당시 "예술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21세기 '콜라주' 도구인 AI의 확산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걸었다"며 "AI는 모두에게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활용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창작 영역에서의 AI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AI를 이용해 제작된 콘텐츠라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의원은 "AI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며 "한국도 AI 오·남용을 막기 위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 AI 시대의 규범적 틀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AI의 사회적 합의 마련에 맞춰 관련 규정 등을 마련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현재 AI에 대한 사회적 협의가 없기 때문에 아직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웹툰 관계자는 "카카오는 AI창작물과 관련해 저작권법 개정 또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부처의 가이드 등에 따라 결정된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이에 맞춰 카카오의 가이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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