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주가 급등세 연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최근 미국, 유럽연합 등 해외 경쟁당국의 제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새롬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진칼 주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2013년 8일 1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적분할돼 설립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다. 한진칼의 주요 자회사로는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물류‧택배사업을 하는 한진 등이 있다.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또한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5월 31일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10.9%(4600원) 오른 4만 6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20년 5월 26일(14.21%) 이후 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한진칼의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5만2500원(24.41%)까지도 치솟았다. 한진칼우도 전 거래일보다 17.32%(4200원) 뛴 2만8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칼우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직전날인 지난달 30일에도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10.9% 오른 4만6800원에 장을 종료했다. 한진칼우는 17.3% 올랐다.
다만 1일에는 이틀간의 거센 상승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이날 오전 11시 41분 기준 한진칼은 전 거래일(5만800원) 대비 4.63%(2350원) 내린 4만845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5만 원으로 문을 연 한진칼은 장중 4만8000원까지도 내렸다. 같은 시각 한진칼우도 전 거래일(3만4000원)보다 5.29%(1800원) 하락한 3만2200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한진칼은 3만1400원까지 내렸다 3만5550원까지 오르는 등 널뛰기를 지속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칼의 주가 변동성을 두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해 중순만 하더라도 "연내 합병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미국·유럽·일본의 합병 승인을 얻어내지 못한 상태다.
현재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은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합병이 한미 여객 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소송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17일 양사 통합 시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의제기서(SO)를 대한항공에 전달했다.
향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무산돼 KDB산업은행이 지분을 처분해야 할 상황이 초래되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요동칠 수 있다. 산은은 지난 2020년 11월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골자로 한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5000억 원을 투입하고 3000억 원의 교환사채를 인수해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했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은 19.79%로 최대주주이지만 친족과 재단 등의 지분을 모두 합친 것으로 조 회장의 순수 지분은 5.78%에 그친다. 호반건설(11.6%)·팬오션(5.85%)·국민연금(5.06%) 등 외부 대주주의 지분도 상당해 산은이 지분 매각에 나서면 경영권 판도가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대한항공은 설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상당히 꺾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예상보다 인수·합병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 연내 승인이 미뤄지거나 예상보다 많은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외항사에 빼앗길 가능성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된 점이 변수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