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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정의선도 이재용도 'MZ 소통'에 진심인 이유
입력: 2023.05.29 00:00 / 수정: 2023.05.29 00:00

재계 총수들 MZ세대와 소통 강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갓생 한끼 행사에 참석해 MZ세대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갓생 한끼' 행사에 참석해 MZ세대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게 제일 정확하고, 제가 방향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많이 배우고 싶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갓생(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바른 생활을 실천한다는 뜻의 MZ세대 유행어) 한끼'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성격인 '갓생 한끼'는 기업인과 젊은 세대가 만나 소통하는 자리로, 정의선 회장은 MZ세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또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기업인 입장에서 MZ세대와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매우 좋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최근 정의선 회장과 같이 MZ세대와 적극적으로 만나며 이른바 'MZ력'을 키우려는 재계 총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특정 세대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을 넘어 회사 핵심 구성원이자 주 소비층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등 재계 총수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재계 총수와 MZ세대 간 소통은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MZ세대에 대한 이해 없이 기업의 미래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월 열린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차기 전략 제품을 보고받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월 열린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차기 전략 제품을 보고받고 있다. /삼성전자

◆ MZ세대 먼저 두드리는 재계 총수들

정의선 회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회사 내부 MZ세대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MZ세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격식을 깨고 MZ세대와 소통하는 신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미래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경영진을 향해 수차례 강조했다. 회사 자체 행사가 아닌 데다, 그간 교류가 없었던 전경련 주최 행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갓생 한끼'에 참여한 것도 'MZ세대와 만남'에만 초점을 맞춘 정의선 회장의 소통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미래 세대와의 소통에 진심인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경영 복귀 이후 순차적으로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MZ세대들을 만났다. 그해 8월에는 수원사업장을 찾아 전략 제품·서비스와 관련해 경영진이 아닌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먼저 최태원 회장은 신입사원 만남, 소통 간담회 외에도 기회가 생기면 '번개'(즉흥만남)를 마다하지 않았고, 개인 SNS 채널을 운영하며 온라인 소통에도 나섰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인 공식 석상에서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3요(이걸요? 제가요? 왜요?)' 등 MZ세대 용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의 경우 주요 제품·서비스 출시 전 MZ세대 자문단을 운영하고, 자체 행사인 LG 어워즈 심사에 MZ세대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젊은 목소리'를 회사 내부에 반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17일 대한상의 엑스포 서포터즈들과 만찬을 하는 모습. /대한상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17일 대한상의 엑스포 서포터즈들과 만찬을 하는 모습. /대한상의

◆ MZ세대 마음 얻으려 적극적 변화

재계 총수들이 직접 MZ세대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최근 몇 년간 내부 조직 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사내 복지와 성과급 제도를 손질한 것도 MZ세대 구성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조처다. MZ세대 구성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의견을 나누는 데 익숙한 점을 고려해 대부분 기업이 자사 온라인·SNS 채널을 지속 확대하는 중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저연차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4조3교대 대신 4조2교대로 수십 년 동안 유지한 근무 형태를 바꾸는 기업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호칭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현재 대기업들은 기존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였던 호칭을 프로, 매니저 등으로 간소화한 상태다. 이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으로, 재계 총수들도 더 친근한 호칭으로 불리길 원한다. MZ세대 사이에서 이재용 회장은 '재드래곤', 정의선 회장은 '갓의선', 최태원 회장은 '토니' 등으로 불리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젊은 세대와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2018년 취임 직후부터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회사 핵심 인력이자 주력 소비자인 MZ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더 잘 파악하는 게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동률 기자
회사 핵심 인력이자 주력 소비자인 MZ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더 잘 파악하는 게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동률 기자

◆ MZ세대 왜 중요한가…"상당한 파급력"

그동안 재계 총수들의 적극적인 소통은 기업의 얼굴로서 좋은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함으로 해석돼 왔다. 이제는 조금 더 실리적인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회사 구성원 절반이 MZ세대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의견을 기업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어야 효율적인 조직 문화 구축을 선도할 수 있고, 인재 유입을 늘리는 동시에 이탈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MZ세대들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며 "신사업 영역에서는 우수 인재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고, 그게 경쟁력이다. 그들의 생활 패턴에 맞게 여러 지원책이 나와야 하는데, MZ세대들과의 소통이 이뤄져야 문제점을 개선하고 제대로 된 지원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계 총수들은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는 리더, 또 그들이 원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전경련이 최근 MZ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77.9%가 '소통형 경영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추진력과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카리스마형'은 13.9%에 그쳤다.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필요한 요소로는 '기업 내 조직원 간 소통 강화'(37.2%)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젊은 경영자들이 보이는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70.2%로 '부정적'(7.9%) 평가보다 높았다.

나아가 재계 총수들이 MZ세대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건 일종의 '영업 활동'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고객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통계청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2.5%가 MZ세대에 속할 정도로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정의선 회장이 "MZ세대 의견을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운전을 기피하는 '안티 드라이빙' 문화가 확산되는 데 따른 고민 섞인 언급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재 기업들은 MZ세대들이 자신을 위해 큰 금액을 과감하게 쓰는 동시에 '착한 소비'를 즐긴다는 점에서 그들의 '니즈'와 '소비문화'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4.5%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 핵심 인력인 데다 소비 시장의 큰손이기도 한 MZ세대의 파급력은 거대해졌다"며 "재계 총수 일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앞으로도 'MZ'는 기업 활동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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