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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주택사업 줄여야 산다"…아파트 공급가뭄 오나
입력: 2023.05.23 13:28 / 수정: 2023.05.23 13:28

수도권 정비사업 곳곳서 '계약해지'
"중장기적 주택공급 감소할 수 있어"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주택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주택 모습. /배정한 기자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주택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주택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건설업계가 주택사업을 축소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건설사가 수주한 사업의 시공권을 포기하거나 조합이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게 되면 향후 주택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사업 원가 상승의 영향으로 주요 상장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높은 원자재 가격이 유지되자 원가율과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주택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전체의 64.3%에 달하는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 감소한 901억 원에 그쳤다. 대우건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7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줄었다. 주택사업부문 매출 비중은 61.5%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6000억 원, 29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4%, 88.4%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대다수 시공 현장이 일반건축과 플랜트로 구성돼 있다. 1분기 수주잔고 29조2844억 원 가운데 주택건축 수주잔고는 5조1337억 원으로, 전체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건설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더팩트DB
주택건설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더팩트DB

지난해 치솟은 건설 원자재 가격이 올해 들어서도 크게 내리지 않아 매출원가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3월 150.07로 2년 전 같은 기간 118.50 대비 26.6% 올랐다. 지난해 142.56보다도 여전히 5.2%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주택사업 원가 문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시작된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종전 후에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종전 후 복구작업이 시작되면 원자재 가격이 내리지 않을 수 있어 건설경기, 특히 주택사업 여건의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택 건설 사업의 전망이 어둡자 건설사들은 신사업과 해외수주 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GS건설은 수처리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펼친다. 회사의 1분기 신사업부문 매출비중은 9.26%로, ECO(환경)사업부문 1.04%와 합산하면 전체의 10% 이상이다. 지난 2019년까지 2.8% 수준이던 신사업 부문의 매출을 지난해 8.34%로 높인데 이어 올해도 비중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해외수주를 주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 상반기 내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Amiral) 프로젝트'와 카타르 '노스필드 패키지4사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올해는 수소 플랜트와 전력 중개거래 등 에너지 관련 신사업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수도권 정비사업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두고 마찰을 겪고 있다. 서울 아파트 모습. /더팩트 DB
수도권 정비사업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두고 마찰을 겪고 있다. 서울 아파트 모습. /더팩트 DB

다만 건설사들의 주택사업에 대한 저조한 의지로 향후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공사비 갈등에서 비롯된 시공중단과 계약 해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통상 시공사와 조합은 정비사업 계약 시 공사비에 합의한다. 그런데 막상 착공에 들어서기 전, 계약 당시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 사업 시작 단계부터 잡음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 양주시 삼숭지구 주택사업조합은 이달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계약을 해지했다. 착공에 들어서기 전, 현대건설이 계약 당시 공사비 3.3㎡(평)당 507만 원보다 높은 643만 원을 요구하자 시공사를 교체했다. 대신 평당 500만 원대 공사비를 제시한 쌍용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중순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의 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지난 2020년 계약 당시 공사비는 평당 445만 원이었으나 시공단은 661만 원으로 증액을 요청했다. 이에 조합은 오는 26일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시공단(삼성물산·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과 공사비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시공단은 조합과 협의를 통해 사업비를 당초 평당 420만 원대에서 540만 원 수준으로 한 차례 올렸다. 그러나 올해 3월 시공단이 재차 평당 680만 원 인상을 요구해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 재건축 현장은 시공단(GS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조합에 평당 공사비를 490만 원에서 670만 원으로 인상을, 서울 서초구 신동아 재건축은 DL이앤씨가 평당 474만 원이던 공사비를 780만 원으로 증액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정비사업은 착공 전까지 물가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증액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작성하고, 착공 후 고정시키는 형태"라며 "그러나 공사비는 일반 소비재처럼 한번 올린 뒤에는 내리기 어려워 원자재 가격 급등 이후 최근까지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신규 주택은 현재 착공하는 물량에 따라 중장기적인 공급량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향후 부동산 시장이 상승안정화된 뒤에도 지난 정부에 이은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비사업의 경우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주거수요가 꾸준한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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