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은 구자균 회장, 경찰 조사는 부하직원…'과잉 충성' 진위 여부 떠나 비난 증폭
교수 출신의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서울 도심에서 시속 167㎞로 초과속 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더팩트 DB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권한일·정소양·박경현·이중삼·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박지성 기자] 지난주까지 나타난 따뜻한 날씨는 온데간데없이 한낮 기온이 30도가량 오르면서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린 한 주였는데요. 경제계에서도 각종 논란이 일면서 한 주가 뜨겁게 마무리됐습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서울 도심에서 무려 167㎞로 주행한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구 회장은 본인 대신 부하직원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기업 오너의 실수 탓에 LS일렉트릭 전체 구성원의 사기가 꺾일 것으로 보입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화제였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혼외자 논란·복장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인천 송도의 셀트리온 3공장 협력업체 건설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서 노동환경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끝으로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며 논란의 시발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지난해 11월 9일 밤 11시 30분경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자신의 페라리 스포츠카를 시속 167㎞로 과속하다 단속 카메라에 찍혔는 데 구 회장은 떳떳하게 책임을 지지 않고 부하 직원 탓으로 돌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LS그룹 |
◆ 구자균 회장님의 167㎞ '과속스캔들', LS일렉트릭 분위기 '침울'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서울 도심에서 무려 167㎞로 주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하직원이 스스로 운전했다고 경찰에 출석했다가 다시 구 회장이 운전했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윗선의 압력으로 억지로 조사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졌습니다. LS일렉트릭은 이차전지 부문 등 신사업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백방 노력하는데 최고경영자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는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근 구자균 회장이 서울 도심에서 무려 시속 167㎞로 주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요?
-네. 최근 서울 용산경찰서는 구자균 회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 회장의 부하직원 김 모 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9일 밤 11시 30분께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자신의 페라리 스포츠카를 시속 167㎞로 과속하다 단속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과속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데요. 도로교통법상 제한속도보다 시속 80㎞ 이상 초과할 경우 과태료나 범칙금이 아닌 3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 등의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구 회장이 주행한 올림픽대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80㎞인데, 구 회장은 시속 87㎞ 초과 주행하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됐습니다.
-구자균 회장이 형사처벌 대상인데, 부하직원 김 씨는 왜 검찰에 송치된 것이죠?
-구자균 회장이 과속한 사실을 숨기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시 경찰이 구 회장에게 조사를 나오라고 통보했으나 직원 김 씨가 지난해 12월 23일 경찰에 출석해 구 회장이 아니라 자기가 운전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올해 초 이뤄진 2차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1차 조사와 달리 자기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김 씨는 차량에 탑승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구 회장은 올해 3월 직접 출석해 본인이 차를 운전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씨가 윗선의 압력을 받아 억지로 거짓 진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범죄 사실을 숨기려 한 게 사실이라면 죄가 크지 않은가요?
-법조계에 따르면 만일 구자균 회장이 직접 부하직원인 김 씨에게 대신 조사를 나가라고 했다면 '범인도피교사죄'가 적용되고, 거짓 진술을 한 김 씨는 '범인도피죄'가 됩니다. 범인도피교사죄는 형법 제151조의 2항에 따르면,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친족 등에게 허위 자백을 하게 해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 성립됩니다. 구 회장이나 구 회장 최측근이 '네가 했다고 말해라'라고 했다면 성립되는 것이죠. 범인도피죄나 범인도피교사죄를 저지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분을 받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구 회장이나 다른 측근이 김 씨에게 지시한 게 아니라, 김 씨가 회장이 불편하지 않도록 '과잉충성'하면서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경찰에 출석해 거짓 진술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LS일렉트릭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구 회장은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만 받고, 범인도피교사죄는 혐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김 씨는 범인도피죄가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회장님 소유 고급 스포츠카 '내가 운전했다' 부하 직원 진술, 경찰 믿었을까
-사실 오너가 회장님 소유 고급 스포츠카를 밑에 평범한 직원이 엄청난 과속으로 운전했다고 진술했어도, 차량 소유를 확인했을 경찰이 믿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본인 소유 아닌 회장님 스포츠카 운전대를 잡고 광란의 질주를 할 간 큰 직원이 있겠느냐 것이죠.
-어쨌든 구자균 회장은 과속에 따른 형사 처벌로 망신을 면키 힘들겠네요.
-맞습니다. 이미 구자균 회장 본인이 직접 경찰에 출석해 과속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사실상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초과속 운전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점, 부하직원의 거짓진술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구 회장 본인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와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역임한 엘리트 지도층 인사입니다. '교수출신 체면이 말이 아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LS일렉트릭의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오너가 물의를 빚었다는 점에서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구자균 회장의 조카이자 LS그룹 오너일가 3세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의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LS그룹의 가계도를 보면 3세로 분류되는 경영진은 구본웅 마음커뮤니케이션그룹 대표, 구본규 LS전선 대표, 구본혁 에스코홀딩스 대표,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가 있습니다. 여기서 구본웅·구본규·구본혁은 모두 고(故)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이고, 구동휘 대표는 고(故) 구평회 회장의 손자입니다. 구태회 회장의 지분은 손자 세 명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골고루 분배된 반면, 구평회 회장 손자인 구동휘 대표는 상대적으로 지분 비율이 높습니다. 사실상 구동휘 대표가 LS 오너 3세 중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라는 관측입니다. 현재 LS일렉트릭의 실질 영업 현장을 뛰는건 구자균 회장이 아니라 구동휘 대표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삼촌인 구자균 회장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경우, 영업 일선을 뛰는 구동휘 대표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회장님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이는데요. 합당한 처벌을 받고 앞으로는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