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 "특허침해 인정하는 것부터 대화 시작"
업계 "실적 개선 일환으로도 보여"
SK매직은 지난 1일 쿠쿠홈시스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중삼 기자] SK매직과 쿠쿠홈시스 간의 특허권 침해 소송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특허침해가 명백하다는 SK매직과 침해가 아니라는 쿠쿠홈시스 입장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두 회사는 대화의 물꼬는 열어놨지만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SK매직이 '특허 방어' 이 외에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은 쿠쿠홈시스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에 지난 1일 접수했다. SK매직 얼음정수기에 적용한 특허 기술을 쿠쿠홈시스가 침해했다는 것이 이유다.
SK매직에 따르면 쿠쿠홈시스가 침해한 특허 기술은 자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특허 제10-2464193호'로 얼음정수기에 '4-way valve'를 적용해 정수기의 소형화·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SK매직은 해당 특허 기술로 '2019년 올해의 에너지 위너상'을 수상했다. SK매직은 쿠쿠홈시스의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와 'ZERO 100S 끓인물 냉온정 얼음정수기'에 자사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하고 경고장을 보냈다.
이날 SK매직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소송 이전 경고장을 발송한 뒤 답변을 기다렸지만 해결 의지가 높지 않다고 보고 소송을 강행했다"며 "특허법 제97조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해 정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SK매직의 10-2464193호 특허는 냉매가 액체에 한하는 것으로 특정하지 않았고 오랜 기간 다수의 기술·법률적 전문가들과 검토를 마쳐 실시된 사안이다"고 말했다.
이어 "SK매직은 2018년도 직수 방식을 적용한 냉온정 얼음정수기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2019년에 출시된 쿠쿠홈시스 제품에 자사 특허 기술이 적용된 것을 알고 모니터링을 지속했다"며 "이번 소송은 SK매직의 성과물이 무분별하게 복제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워 정당하게 특허 기술을 보호받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 대화의 창구를 열어둔다면서도 먼저 특허를 침해했다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부터 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쿠홈시스는 SK매직가 특허를 침했다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쿠쿠홈시스 |
◆ 쿠쿠홈시스, SK매직 주장 '거짓'…"판결 전 단언한 것 안타까워"
쿠쿠홈시스는 SK매직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SK매직에서 특허 침해의 내용으로 주장하는 것들은 사실과 다르다. 냉매열을 이용한 탈빙과 밸브 기술은 원천 기술에 대한 국내외 선행 특허가 있는 상황이다"며 "쿠쿠홈시스는 기체 상태의 냉매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SK매직의 기술과 다르다. 특허를 침해했다는 SK매직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법적 소송에 들어간 상황이며 법원 판결 전에 일방적으로 특허 침해를 단언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안타까운 입장을 전한다"며 "다만 분쟁 해결을 위해 대화의 창구는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준으로 대화의 손길을 내민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행 특허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SK매직은 '후발 주자의 전형적인 입장'이라고 비꼬았다. SK매직 관계자는 "특허법 제도와 절차에 따라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해낼 수 없다는 점을 인정받아 등록받았다"며 "이렇게 등록된 특허권에 선행기술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게 기술혁신을 지속하는 업계 선도 주자의 결과물에 편승하는 후발 주자의 전형적인 입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SK매직이 특허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국내 렌탈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실적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특허 관련 업계 관계자는 "특허라는 것은 비용과 인력 등 기업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하나의 결과물이다"며 "최근 특허 관련 소송이 빈번해지고 있는데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에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허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추후 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제품들이 대동소이한 부분이 많아 SK매직이 초반에 명확하게 짚고 가려는 것 같다"며 "만약 SK매직이 승소한다면 판결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상 쿠쿠홈시스가 막대한 액수를 SK매직에게 배상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기존 판매된 제품을 대상으로 몇 퍼센트의 인센티브를 줘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00만 원의 제품이 10만개가 팔렸다면 1000억 원, 10% 인센티브로만 따져도 100억 원이다. SK매직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제품 2개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는데 쿠쿠홈시스가 패소한다면 상당한 액수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문제도 얽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렌탈 시장 포화로 업계 상황도 침체돼 있는데 소송을 통해 경쟁사 견제를 하며 실적 개선을 노리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매직의 매출은 △1조245억 원(2020년) △1조774억 원(2021년) △1조733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816억 원(2020년) △712억 원(2021년) △634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반면 쿠쿠홈시스는 매출이 △7653억 원(2020년) △8442억 원(2021년) △9380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1194억 원(2020년) △1641억 원(2021년) △1199억 원(2022년)으로 집계됐다.
한편 소송이 장기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SK매직과 쿠쿠홈시스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청호나이스와 코웨이의 소송전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두 회사는 얼음과 냉수를 동시에 만드는 특허 기술을 두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호나이스와 코웨이는 얼음정수기 관련 특허 소송을 수년간 벌이고 있다. 2014년 청호나이스는 코웨이를 상대로 얼음정수기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침해금지와 손해방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청호나이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는 코웨이가 승소해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이 소송은 청호나이스 측이 상고하면서 두 회사의 특허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