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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부동산 비리' 의혹 휩싸인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경영권 시험대
입력: 2023.05.05 00:00 / 수정: 2023.05.05 00:00

전영묵 대표, 아난티와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으로 검찰 소환
삼성생명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것"


검찰이 최근 삼성생명과 휴양콘도업체 아난티의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더팩트 DB
검찰이 최근 삼성생명과 휴양콘도업체 아난티의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검찰이 최근 삼성생명과 휴양콘도업체 아난티의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전영묵 대표는 삼성생명이 아난티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관여한 투자심의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전영묵 대표가 부정거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3일 오전 전영묵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전영묵 대표는 지난 2009년 삼성생명이 아난티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관여한 투자심의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검찰은 삼성생명이 아난티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전영묵 대표를 포함한 투자심의위원들이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아난티는 2009년 4월 신천동의 토지와 건물을 500억 원에 매수했다. 이후 아난티는 지상 17층·지하 7층 규모로 개발 예정인 이 부동산을 삼성생명에 준공 조건부로 되팔았다.

아난티가 최종 잔금을 납부하기 전인 같은 해 6월 계약이 체결돼 이듬해 12월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으며, 총 매도액은 1174억 원이었다. 이후 실제 거래금액이 969억 원으로 확정되면서 아난티는 차익으로 469억 원을 벌어들였다. 매입가 두 배에 가까운 가격에 부동산을 되판 것이다.

검찰은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당시 아난티와의 부동산 부정거래를 통해 회사에 수백억 원 규모의 손해를 끼치고, 아난티는 그 대가로 회삿돈을 횡령해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전혀 없다"면서도 "(전영묵 대표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생명이 아난티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전영묵 대표를 포함한 투자심의위원들이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더팩트 DB
검찰은 삼성생명이 아난티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전영묵 대표를 포함한 투자심의위원들이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더팩트 DB

연임 성공한 전영묵 대표, 아난티 과제로 '경영권 시험대' 오르나

전영묵 대표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전영묵 대표는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삼성증권 CFO(최고재무책임자),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을 역임했다.

전영묵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을 승인받았다. 이날 정기주총에서 박종문 자산운용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도 의결하면서 삼성생명은 두 명의 사장이 이끄는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전영묵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영묵 대표의 연임에 대해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전 사장은 지난 2020년부터 삼성생명을 맡아 이끌면서 실적 부문에서는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이나 즉시연금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의 경우 피해자들에 의해 사옥 일부가 점거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사옥 점거는 관계자들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지난 2021년 1년 6개월 만에 합의를 봤고,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의 중징계도 추가적인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일단락 됐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전영묵 대표가 부정거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일각에서는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당시 전영묵 대표 등 투자심의위원회 위원 9명이 부정거래를 부실하게 검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생명 투자심의위원회는 해당 거래 심의를 진행했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위원들이 이를 알고도 투자심의를 통과해 부정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그 차익을 몰래 편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전영묵 대표가 당시 투자사업부장 직책으로 참여한 1차 투자심의위원회 회의는 신천 신사옥 완공시 예상 건물 가치와 적정 매수 가격을 평가하는 자리였다는 게 삼성생명 측 설명이다. 아난티가 해당 부동산을 삼성생명에 969억 원에 되파는 일과 관련해 열린 2차 투자심의위원회 회의에는 전영묵 대표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아난티와 삼성생명의 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흔적이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신고를 받고 지난달 2월 20일 삼성생명과 아난티 본사를 포함한 관련 임직원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을 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3월 28일 아난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허위공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지난달 6일에는 이만규 아난티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삼성생명에서 재무분야 임원을 지낸 전 삼성증권 대표도 소환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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