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주, 배당 규모 직전해 대비 62% 축소
업계 "PF 충당금 추가 설정 가능성은 부담"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2월 28일부터 전날까지 10% 하락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1분기 어닝시즌을 맞이한 증권가가 전분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에도 증권주는 부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 5대 상장증권사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가 큰 낙폭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확대 우려 등의 요소가 있어 주가가 올라설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지난 2월 말 635.99에서 이날 기준 594.63으로 6.50% 하락했다.
올 들어 증권사들의 주가가 고전하는 이유는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불거진 불안정성 확대와 배당매력 약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주는 전통적 고배당주로 꼽혀왔지만 올해 상반기 대다수 증권사가 주주총회를 통해 줄어든 배당금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2021년 대비 2022년 주당 배당금을 많게는 80% 넘게 내린 액수로 주당 배당금을 결정했다. 한국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2300원 배당을 결정해 지난해 배당 규모가 직전해인 2021년(3595억 원) 대비 62% 넘게 감소했다.
증권사 주가가 주주총회 시즌을 보낸 뒤 하락세인 가운데 특히 한국금융지주의 낙폭이 타사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월 28일부터 전날까지 10% 하락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3.26%), 미래에셋증권(-4.47%), 키움증권(-3.77%) 낙폭의 두 배 이상이다. 삼성증권(+2.23%)은 같은기간 반등에 성공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호조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주가 상승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는 대다수 증권사가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상승한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닥 급등에 따른 브로커리지 부문 이익 상승과 채권 금리 하락으로 평가이익이 발생한 영향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264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직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887.05%)과 미래에셋증권(+212.31%), NH투자증권(+36.74%), 키움증권(+75.93%)의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많게는 9배까지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분기 업황이 좋았으나 한국금융지주 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더팩트 DB |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PF 충당금의 추가 설정 우려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금융지주의 그룹 합산 PF 잔고는 증권 2조6000억 원, 저축은행 1조 원, 캐피탈 1조 원 등 총 4조6000억 원이다. 증권 PF 잔고는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PF 대출 연쇄 부실에 대한 우려로 대손충당금은 업계 상위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77억7418만 원) 대비 299억 원 늘어난 377억5268만 원이다. 규모가 가장 큰 하이투자증권(934억9920만 원) 다음으로 업계 상위 수준이다. 이 여파로 지난해 4분기 한국투자증권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7% 감소했다.
지난해 PF 충당금 적립에 이어 올해도 추가 설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최근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둔 지주사의 경우 자금 수혈에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금융지주는 지난달에도 계열사 저축은행과 캐피탈에 각각 4200억 원, 4400억 원씩 유상증자 단행을 통한 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증권 업황이 좋았으나 한국금융지주 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높은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부담 요인"이라며 "주가 역시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제2금융권 우려 등 부정적인 요소를 더 크게 반영하는 모습이라 투자심리 개선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적면에서의 성장세도 아직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윤 연구원은 "저축은행의 경우 캐피탈 영업은 양호했으나 충당금이 설정될 예정이고,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채 100억 원 손실도 영업이익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 전반 업황이 완전한 안정기에 접어드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PF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급등한 코스닥 시장도 2차전지 등 테마주가 이끌었기에 브로커리지 부문이 반짝 상승일 수 있다는 평가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호조 대부분이 변동성이 큰 트레이딩 부문에서 나왔다"며 "지속성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