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항 아닌 강제" 셀트리온 직원들 '분노'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최근 전 계열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정진 명예회장이 이끄는 국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전 계열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 등을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셀트리온 직원들의 아우성이 최고조에 이르는 가운데 온라인 내에서는 상세한 내부 상황 설명글까지 잇따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회사 전 직원에게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공지 메일을 보냈다. 공지에는 "사내 업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셀트리온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제안과 실천을 당부한다"는 내용과 함께 4가지 지침이 담겼다.
지침에 적힌 구체적인 복장 규정은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 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재킷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이다.
이외 근무시간 준수 사항으로는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 준수(미리 줄 서서 대기하지 않기 및 근무시간 전 복귀 △근무시간 동안 개인 인터넷 등 개인 용무 자제 등이 게재돼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꼰대다', '아니다'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사측에서 단정한 차림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한 부분", "오히려 정장을 입는 편이 옷 걱정이 덜하다"는 옹호 의견과 "시대착오적인 발상", "코로나19 시기에 자율복장이라는 근무조건을 듣고 취업한 이들은 취업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등의 비판적인 견해가 대치하는 식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로 인해 바뀐 일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만큼, 직장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지키자는 차원이다. 무엇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이라고 설명하고 나섰다.
다만 비판 여론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 형국이다. 현재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셀트리온 '사태'에 대한 팩트 정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설명을 종합하면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19일 '언더아머' 차림으로 회사에 방문, 본인이 임직원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보람있게 일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정리된다.
아울러 사측은 퇴근을 8분 앞둔 오후 5시 52분 해당 캠페인 공지를 전달했다. 직원들은 복장 규정이 면바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주름 있는 바지'였다고 역설하고 있다.
'권고사항'이라는 셀트리온 측의 해명도 진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당초 공지 메일에는 '금지'라는 단어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공지 이튿날부터 관리부서에서 순찰을 돌고 사진을 찍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블라인드에서 셀트리온 직원들은 "사태가 커지니 직원들을 대외적으로 쓰레기로 만들고 있다", "온라인에 게재된 댓글만 보면 셀트리온 직원들이 트레이닝 바지나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찍찍 끌고 다니는 줄 알겠다", "업무 강도 극강인데 직원들이 설렁설렁 일하는 것처럼 인식시키고 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의 장기화 및 셀트리온 그룹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이 중요한 기점에 그룹 리더십의 부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복귀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