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성수기 무색…미분양 증가 속 분양 연기 속출
지방 신규 분양 물량이 급속히 줄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지방 분양 물량 급감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인 봄철에 접어 들었지만 잇단 청약 미달과 미분양 증가로 분양을 연기하는 단지가 늘어난 요인이다.
1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는 42개 단지, 총 3만7457가구가 분양된다. 3월 예정 물량 일부가 4월로 연기된 데다 봄 성수기를 맞아 전반적으로 물량이 늘었다.
다만 서울·수도권과 지방에 분양이 집중됐고 대다수 지방에선 이렇다 할 분양 계획이 크게 줄었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 중 ▲경기 1만 7832가구 ▲인천 3541가구 ▲서울 3283가구 등 수도권이 2만4656가구로 65%를 차지한다.
지방에선 1만 2801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강원이 2723가구로 가장 많다. 반면 미분양 우려가 커진 대구·대전·세종·울산·전북·경북 등 6개 지역은 이달 분양 계획이 없었다.
특히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대구는 석 달째 분양 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다. 올해 1월 대구 동구에 조성 중인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에서 청약을 접수한 이후 공급이 뚝 끊겼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총 7만 5438가구 가운데 지방발 미분양은 6만 2897가구로 83.4%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422가구 늘어난 1만3987가구로 나타났고 경북(9074가구)과 충남(8456가구), 경남(4627가구), 충북(4388가구), 울산(4211가구), 전북(4018가구) 등의 순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방 기준으로 전월 대비 12.8% 늘어난 7071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 지역에서는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분양 실적도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말 조사한 3월 분양 예정 단지는 26개 단지, 총 1만 9648가구(일반분양 1만5588가구)였는데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14개 단지, 총 1만1881가구(일반분양 8323가구)에 머물렀다.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서울·수도권 주요 입지에는 수요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지방에선 여전히 청약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격 방어가 가능하거나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지역 위주로 수요 쏠림이 나타나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청약 온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을 연기하는 사업지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kw@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