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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없습니다. 5명만 들어가죠" 주주 출입 막은 한국타이어(영상)
입력: 2023.03.29 12:10 / 수정: 2023.03.29 12:10

한국타이어, 29일 주주총회 개최
주총 시작 직전 회사·주주 대치전
한국타이어지회 "조현범 범죄 못 막은 경영진 사퇴해야"


한국타이어 직원이 노조 조합원들로 구성된 주주의 출입을 막기 위해 회전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성락 기자
한국타이어 직원이 노조 조합원들로 구성된 주주의 출입을 막기 위해 회전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분당구=이성락·박지성 기자] "5명만 들어가시죠."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본사 정문 앞. 회사 측 경비 직원이 한국타이어 주주총회(주총)에 참석하려는 일부 주주의 출입을 막아섰다. 한국타이어지회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는 상황에서 조합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 주주의 주총장 내 출입에 부담을 느낀 듯 회사 측이 인원 조정을 제안하며 정문 앞 대치가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의결권 위임을 받은 일부 인원만 주총에 참석하는 것조차 회사 측이 제지하자 "최소한의 주주권도 보장하지 않는, 상식을 초월하는 황당한 일"이라는 비판이 노조 측에서 나왔다. 한국타이어 측은 "주총장 자리가 부족하다"고 맞섰다. 대치 상황은 20여 분간 이어졌고, 한국타이어는 주총 시작 10분 전인 오전 8시 50분쯤 결국 문을 열었다.

노조가 주총 참석을 계획한 건 향후 회사 발전과 성장을 위해 경영진의 사퇴를 포함한 '경영 정상화'를 강도 높게 요구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한국타이어 경영을 둘러싼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룹 오너인 조현범 회장이 지난 9일 공정거래법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지난 2019년 12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재차 '오너 공백'이 생겼다.

조현범 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배당금 등의 형태로 조현범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흘러 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현범 회장은 또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경영이 부실한 것을 알면서도 지인의 회사에 50억 원의 회삿돈을 빌려주고, 집을 수리하거나 5억 원대 페라리 488피스타 등 외제차를 사는데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조현범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2일 대전공장 화재까지 발생했다. 이 화재로 물류창고에 보관돼 있던 타이어 21만 개가 불에 탔으며, 공장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아직 생산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공장 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노조는 주총 참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현범 회장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김용성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장은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총액은 200억 원에 달한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거둔 성과를 노동자들과 현장 안정화에 써야 하지만, 조현범 회장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도대체 자신의 집 가구, 페라리를 회삿돈으로 왜 사야 하는 것인가. 왜 아내 운전기사를 회삿돈으로 고용한 것인가. 총수 일가가 수익을 어떻게 관리해왔고, 사용했는지 경영진에게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직원이 출입을 제지하자 노조원들이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한국타이어 직원이 출입을 제지하자 노조원들이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오너 일가의 범죄 행위를 사실상 방관한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 등 경영진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한국타이어 컴플라이언스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며 "한국타이어는 2019년 조현범 회장 첫 구속 때 윤리 경영, 정도 경영을 외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윤리 경영, 정도 경영은 총수 일가에 적용되지 않았다. 경영진 모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대전공장 화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화재 예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설비 노후화에도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점, 생산 중심 운영으로 안전에 대한 사전 예방·대책이 취약했던 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 경영의 문제 등이 이번 화재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화재 발생 이후 수차례 공장 정상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여러 핑계를 대면서 거부하고 있다"며 "특히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야기시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오히려 공장 화재 이슈를 내부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노조가 조현범 회장 범죄와 관련해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한국타이어 노조가 조현범 회장 범죄와 관련해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날 주총은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주총에 참석한 노조원들은 이수일 대표를 상대로 조현범 회장 범죄에 대한 회사의 인지 여부, 경영진 책임, 공장 화재 예방을 위한 회사의 노력 등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규 부위원장은 "주총장에서 질의했으나, 경영진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총이 끝난 직후 노조와 회사 측의 말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의 질문에 대해 한국타이어 이사진이 추후 서류 형태로 답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총이 끝나자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이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회사 측과 신경전을 벌인 한성규 부위원장은 "조현범 회장의 뻔뻔한 범죄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총수 1명이 회사 전체를 지배하는 제왕적 구조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국타이어는 1주당 현금배당 800원을 의결하고 이사 보수한도를 5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올렸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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