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전→통상실시권 허여 체결, 그리고 또 디자인 표절 논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K뷰티 산업의 발전을 위해 4년간 벌였던 소송을 끝내는 '통상실시권 허여' 계약을 2015년 체결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중삼 기자] 'K뷰티' 산업 발전을 위해 서로 힘쓰자고 약속했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또 다시 디자인 모방 문제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벌였던 쿠션 등 특허 소송을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만히 합의하며 끝맺었는데 지난 2018년 광고 표절·로고 디자인 모방 논란 등에 휩싸이며 두 기업은 고초를 겪었다. 해당 논란들은 두 기업 간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순탄히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올해 또 다시 디자인 모방 논란이 일면서 두 기업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LG생활건강이 선보인 한방화장품 수려한 제품들이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설화수 자음생 라인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아모레퍼시픽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LG생활건강은 결과에 따라 움직인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두 기업이 소송으로 이어졌던 쿠션 특허분쟁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3월에 출원해 2012년 6월 등록한 '발포 우레탄 폼에 자외선 차단 화장료를 넣는 특허'에 따른 분쟁이다.
2012년 9월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의 브랜드인 숨37의 '모이스트 쿠션 파운데이션'과 오휘의 '미네랄 워터 BB쿠션' 등이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에어쿠션 선블록'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기술을 통해 △아이오페의 '에어쿠션 선블록 △라네즈의 '스노우 비비 수딩쿠션' △헤라의 'UV 미스트쿠션' 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왔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의 모이스트 쿠션 파운데이션 등 제품에 쓰인 기술이 아모레퍼시픽 특허기술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 맞서 LG생활건강은 같은 해 11월 아모레퍼시픽이 특허를 받은 '발포 우레탄 폼' 적용 쿠션이 특허효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특허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신청했다. 특허심판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 선블록 관련 특허는 진보성이 부정되므로 특허 자체를 무효로 한다며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법원에 제소했지만 법원도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주면서 2014년 5월 아모레퍼시픽의 원고패소 판결로 끝났다.
두 번째는 스펀지에 대한 특허 소송이다. 아모레퍼시픽이 2013년 4월 등록한 '특허 1257628: 망상 구조의 에테르폼(스펀지의 재질)을 사용한 특정 내구성에 관한 특허' 관련 소송인데 LG생활건강은 2013년 5월 이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청구 소송을 특허심판원에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불복해 LG생활건강은 같은 해 11월 다시 취소소송을 냈는데 2015년 서로 4년간 벌였던 특허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소송은 일단락됐다. 또 아모레퍼시픽이 2014년 LG생활건강의 '비욘드 엔젤 스노우 비비쿠션'을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낸 부분도 합의로 끝을 맺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2015년 11월 4년간 벌였던 소송을 끝내고 K뷰티 발전을 위해 양사가 보유한 일부 특허를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당시 두 기업은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분야의 등록특허에 관한 상호간 '통상실시권 허여' 계약을 체결했다. 통상실시권 허여는 등록특허의 특허권자가 다른 사람에게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는 제도다. 이로써 두 기업의 소송전은 막을 내렸다.
◆아모레퍼시픽 '법적 대응 검토 중', LG생활건강 '명백히 달라'
LG생활건강 한방화장품 브랜드 수려한이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설화수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왼쪽부터 설화수 자음생 라인, 수려한 마이크로 진생 에센셜 에멀전. /설화수·수려한 홈페이지 캡처 |
소송전은 아니지만 광고·디자인 로고 표절 논란이 불거진 적도 있었다. 지난 2018년 한방화장품 설화수(아모레퍼시픽)와 수려한(LG생활건강)의 광고 관련 표절 논란과 같은 해 로고 디자인 모방 논란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아모레퍼시픽 대리점주들은 한글 로고였던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이 2016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빼어날 수(秀)' 한자를 전면에 배치함에 따라 설화수가 사용해온 로고와 비슷해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베끼기'라는 질타도 나왔지만 두 기업은 해당 사건을 크게 벌이지 않고 자연스레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한방화장품을 표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화장품 형태가 비슷할 수 있다"며 "당시 이슈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없이 원만하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같은 해 광고 표절 논란도 불거졌다. LG생활건강이 매화를 소재로 출시한 수려한 '진생에센스'의 동영상 광고가 아모레퍼시픽이 출시한 설화수 '설린크림'의 동영상 광고와 유사하다며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두 기업은 이 역시 서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고 해당 이슈에 대응하지 않았다. 이날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당시 내부 검토는 있었지만 소송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또 다시 디자인 모방 의혹이 제기됐는데 아모레퍼시픽이 이번에는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혀서다. 지난달 LG생활건강이 내놓은 수려한 제품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자음생 라인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터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당 LG생활건강 제품의 디자인 유사성 수위를 판단해 법적 대응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정면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실제로 보면 다르다"며 "화장품 캡(뚜껑) 모양도 설화수 제품은 원형, 수려한 제품은 타원형이고 제품의 색깔도 명백히 다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LG생활건강도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