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금융업계가 최근 GS건설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협회의 모범규준을 어겼다는 결론을 냈다. 최근 10년간 없었던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GS건설 측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GS건설은 지난달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회사채를 발행하며 일부 상단금리를 주문한 투자자의 유효수요를 배제해 물의를 빚었다. 금융업계는 이번 사례가 그동안 자율규제로 회사채 발행 금리를 산정하던 방식에 어긋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예측 제도를 무력화해 시장 원리와 맞지 않는 금리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GS건설의 회사채 발행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한 결과 금융업계는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간담회는 GS건설 관련 사안에 대한 다른 증권사의 의견과 현재 자율규제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이미 입장을 밝힌 NH투자증권을 제외한 국대 대형 5개 증권사를 소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GS건설 사례는 발행자가 밴드를 제시하고 투자자가 희망 금리와 물량을 결정하는 수요예측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행태라는 결론을 냈다"며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금리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재발 시 패널티 부과 여부를 추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석한 증권사들은 최근 10년동안 없었던 이례적인 사례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GS건설은 1500억 원 2년물 회사채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희망금리 밴드는 민간채권평가기관(민평) 금리의 -30bp(1bp=0.01%포인트)~+170bp로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2190억 원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회사는 발행 규모를 25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00억 원 추가 발행을 결정한 후 금리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발행 금리를 투자 수요 누적 합산으로 1500억 원이 되는 지점인 개별민평 +140bp 지점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는 금투협의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벗어난 것이다.
통상 희망금리 밴드에서 발생한 수요 2190억 원을 넘어선 추가 회사채 발행분에 대해서는 최상단 금리인 개별민평 +170bp를 적용한다. 무보증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따라 대표 주관회사는 공모 희망 금리의 최저·최고 금리 사이에 참여한 수요를 모두 유효수요로 보기 때문이다. 위반 시에는 '불성실 수요예측'으로 협회의 패널티를 받을 수 있지만 불법 행위로서 처벌되지는 않는다. 일종의 자율규제인 셈이다.
GS건설 회사채의 수요예측에서 금리를 개별민평 +150~170bp로 썼던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금투협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발행사와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증액 없이 당초 계획인 1500억 원의 회사채를 민평의 +140bp로 발행을 최종 결정했다.
주관사 측은 기존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먼저 개별민평 +140bp를 제안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관행을 벗어난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기관을 구해 추가발행에 대한 금리를 140bp로 제시했다면 관행에 벗어났을 것"이라며 "이와 달리 이번 사안은 기존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의 제안이 있어 발행사 논의,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발행사인 GS건설은 이번 회사채 발행이 전적으로 NH투자증권의 주관으로 진행된 만큼, 논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는 GS건설의 사례를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에 금감원과 금투협은 이같은 행태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패널티 부과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협회사를 대상으로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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