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졸 신입 5명 중 1명 '중고신입'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중삼 기자] 대기업 채용시장에 '칼바람'이 드리웠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뽑지 않겠다고 밝혀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잡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7일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54.8%는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39.7%) 채용하지 않을 것(15.1%)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조사(50.0%)보다 5% 가까이 오른 수치다. 특히 상반기 채용이 없다는 기업은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45.2%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50.8%)은 지난해와 채용 규모가 비슷했다.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24.6%, 늘리겠다는 기업은 24.6%였다.
기업들은 △국내·외 경기 불황(29%) △사내 구조조정·긴축 경영(29%) 등을 신규 채용 축소·중단 이유로 꼽았다. 이어 △내부 인력 수요 없음(19.4%)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 비용 절감 차원(16.1%) △탄력적인 인력 구조조정 어려움(14.5%) △필요한 인재 확보 어려움(14.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채용을 늘리기로 한 기업들은 △미래 인재 확보(42.9%) △경기·업황 개선전망(35.7%)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들은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으로 수시채용 확대(31.1%)를 가장 많이 꼽았는데 특히 '이공계'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삼성만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 인원 10명 중 7명(67.5%)은 이공계 졸업자로 채울 예정이라고 답했다.
‘중고 신입’(신입사원으로 지원하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은 5명 중 1명(22.1%)꼴로 '중고 신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경력 기간은 1.4년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면서 신입직 채용에서도 경력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경향이 지속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업들은 대졸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산업 분야의 규제 완화(30.1%) △고용 증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21.7%) △신성장 동력 분야 지원(16.9%)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12.9%)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