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사장 선임의 건 원안 가결
이순호, 경영력 입증·구성원 관계 형성 '과제'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예탁원이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2023년도 제1차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비상임이사 선임의 건 △상임이사 선임의 건 △사장 선임의 건에 대해 모두 원안 가결했다. /더팩트 DB·금융연구원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주주총회에서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가결했다. 이 실장에게 내정 전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따라붙은 가운데 이번 선임에 따른 파장에도 시선이 모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달 28일 예탁원은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2023년도 제1차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비상임이사 선임의 건 △상임이사 선임의 건 △사장 선임의 건에 대해 모두 원안 가결했다.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 실장을 차기 사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했다. 금융위원회가 의결된 결과를 승인하는 단계를 거치면 이르면 3일부터 신임 회사장직에 취임해 3년의 임기에 들어가게 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임추위는 신임 사장 후보자 3명 중 이 실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면접에는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와 박철영 예탁원 전무 이사가 참여했다.
이 실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앞서 신임 사장에 대한 공모가 나왔을 시기부터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 캠프 출신' 꼬리표가 붙어있어 내정설이 돌아서다.
이 실장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 활동 당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참여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도 서울대 경제학과 86학번 동기였다.
직무 적합성을 두고 이 실장을 둘러싼 전문성 논란 또한 커진 상황이다. 이 실장은 은행법 전문가로서, 실질적으로 증권업에 대한 전문적인 경력이 없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다뤄야하는 예탁원의 수장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탁원 노조는 이 실장의 출근 저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탁결제원 노동조합 |
대항의 바람은 당분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예탁원 노동조합은 앞서 이 실장이 차기 사장후보로 올랐을 당시부터 '보은 인사'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어 이 실장의 예탁원 사장직 응모 자진 철회, 예탁원 임추위의 모든 절차 중단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 실장의 출근 저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은행법 전문가로 알려진 이순호 씨는 예탁원의 주 업무인 자본 시장과는 전혀 무관하고 행정 경험은 물론 조직에서 인사·예산 등 지휘 감독 업무를 경험한 적이 없는 연구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후보 거론 시기부터 전문성 부족 논란이 따라다닌 만큼 사장직에 오른 이 실장이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 오명을 벗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예탁원은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스템의 자본시장 도입과 국채 통합 계좌 구축 등의 굵직한 사업을 앞두고 있다. 당장 내달 정기 주총 시즌에서 삼성증권과의 경쟁도 앞두고 있다. 올해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예탁원과 삼성증권 단 두 곳으로, 전자투표제 도입 확대에 나서야 한다.
이 실장은 노조 등 구성원들과의 관계 설정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예탁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치인이나 금융위 관료 출신 사장을 새 수장으로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조가 지난 1월 직원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사장 선호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80%가 이같은 대답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취임 직후 몰아치는 사업들을 해결하며 전문성을 입증해내야 하고 비관료 출신이라는 까닭에 노조의 반대도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이라며 "이 실장의 과제 해결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후보자로서 이번 주총에서 사장건이 결의 됐고 최종적인 금융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최근 나오는 반대 입장들에 대해서는 답변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