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신용 39분기 만에 감소 전환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 원으로 전 분기말 대비 4조1000억 원(0.2%) 감소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대출이 7조8000억 원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꺾인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 한파와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1867조 원으로 전 분기말 대비 4조1000억 원(0.2%) 감소했다. 가계신용이 전 분기 대비 감소 전환한 것은 지난 2013년 1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의미한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가계신용이 한해 4조1000억 원 불어 통계 편제 이후 가작 적은 증가폭을 나타냈다. 가계대출은 7조8000억 원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큰 폭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신용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박창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가계대출이 감소한 배경으로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졌고, 가계대출 핵심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지속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뺀 가계대출만 보면, 지난해 4분기 잔액이 1749조3000억 원으로 3분기 말(1756조8000억 원)보다 7조5000억 원이나 줄었다. 전분기 대비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12조6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주택거래 부진의 여파로 4분기에는 4조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은 전 분기(6조5000억 원)보다 축소됐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지속의 영향으로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에만 12조2000억 원 줄었다. 감소폭은 전 분기(6조8000억 원)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4분기 판매신용(결제전 카드사용액) 잔액은 117조7000원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연말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면서 전분기 대비 3조4000억 원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가계대출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예금은행이 4000억 원,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조8000억 원 각각 줄었다. 보험 등 기타금융기관은 3조3000억 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그간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부채 축소 또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올해 1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8조원 감소하면서 부채 축소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라며 "최근 대출금리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가계신용이 급격히 확대될 요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